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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위성정당이 가져올 치명적인 정치적 폐해
 
2024-02-13 09:10:39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 배분 방식으로 현행 ‘준연동형’ 유지를 선언했다. 준연동형제는 지역구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지역구에서 많은 당선자가 나올수록 비례 당선자는 줄어드는 맹점이 있다. 이 방식은 지역구와 비례를 각각 따로 뽑는 병립형 선거제와는 다르다. 이 대표는 5일 광주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정권 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것은 민주당이 지난 총선 때처럼 지역구 후보만 내고, 비례는 따로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더구나 민주당의 위성정당도 아닌 ‘통합형’ 위성정당 방침을 밝힘으로써 4년 전과는 다르다. 이 대표의 이런 행태는 여러 면에서 비판받을 만하다.

첫째, 이재명 대표의 신뢰 위기를 자초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 때와 당 대표 경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등에서 현행 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를 공약했다. 민주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위성정당 창당’은 “정치 야합이자 국민 배신”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그동안 위성정당 방지 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를 7번 약속해 놓고 다시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신뢰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민주당이 정체성과 도덕성의 위기뿐만 아니라 신뢰성 위기에 직면한 것은 큰 부담이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1월 23~25일) 결과, 이재명 대표의 야당 대표 역할 수행 평가에서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가 35%에 불과한 상황에서 선거제 개편을 둘러싼 이 대표의 신뢰도 추락은 이번 총선에서 악재가 될 수 있다.

둘째, 철저한 책임 회피다. 이 대표는 “위성정당을 금지시키라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민주당은 위성정당 금지 입법에 노력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실패했다”며 국민의힘을 탓했다. “거대 양당 한쪽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패배를 각오하지 않는 한 맞은편 역시 대응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칼을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며 위성정당 창당을 합리화했다.

이는 적반하장이고 설득력이 없다. 이 대표는 ”여당의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했다. 압도적인 다수 의석으로 갖고 있는 민주당은 마음만 막으면 언제든지 위성정당 방지법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여당의 반대로 실패했다는 것은 비겁한 변명이다. 더구나 민주당이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를 모두 공천하면 위성 정당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민주당은 이런 조치들을 취할 생각은 하지 않고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회귀를 시사했다가 연동형 유지, 권역별 병립형 등 득실을 따지느라 갈팡질팡했다. 이재명 대표는 “무능하고 무도하며 무책임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선거제 개편 과정에서 ‘무책임의 극치’를 보인 이재명 대표도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셋째, 민주당이 ‘1인 사당화 정당’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줬다.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제와 관련해 선거 참여의 주체인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 대신 당의 입장을 정하는 권한을 이재명 대표에게 위임했다. 이 자체만으로도 민주당이 얼마나 사당화됐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국회 정치개혁특위 등에서 선거제 개편과 관련 여야가 함께 논의했던 협상을 깡그리 채 무시하는 반민주적 행태다. 이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서 비례 위성정당을 창당하기로 한 결정을 하자 민주당은 곧바로 의원총회를 열어 이 대표의 결정을 만장일치로 추인했다. 심지어 “대표께서 큰 방향을 제시해 주신 만큼 지혜를 모은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1인 지배 정당인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향해 대통령실의 수직 통치를 받는 정당이라고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더불어민주당에 ‘더불어’는 없고 이재명만 있고, ‘민주’는 없고 독재만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넷째, 개혁의 실종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정치 개혁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인 국민의힘을 배제한 채 군소정당들과 연대해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관철시켰다. 비례성을 높이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높이기 위한 취지였다. 그런데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어 이 제도의 기본 취지와 정치 개혁의 정신을 훼손시켰다. 자기들이 한 개혁을 자신들이 부정하는 꼴이 되었다. 오죽하면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위성정당을 만든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향해 “천벌을 받을 짓”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된 것이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희생이 있어야 하는 데 민주당이 위성 정당 창당 포기라는 희생을 거부하면서 개혁은 실종됐다.

그렇다면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가져올 치명적인 정치적 폐해는 무엇일까. 가장 큰 우려는 총선 후에 위성정당이 거대 양당으로 합당되어 오히려 양당 체제가 강화된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총선 후 민주당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당했고,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흡수했다. 이런 변칙과 꼼수를 통해 거대 양당은 의석수를 늘리면서 다당체제는 와해되고 극단과 배제의 양당 체제가 더욱 강화됐다.

위성 정당 창당은 필연적으로 ‘의원 꿔주기’ 구태가 되풀이될 것이다. 비례대표 선거에서 앞 기호 번호를 확보하기 위해 여야는 현역 의원을 탈당시켜 위성정당으로 보내고, 선거 후 재합당하는 꼼수를 쓸 것이다.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이나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의회정치의 근본을 해치는 행위다.

한편, ‘통합 비례 정당’은 ‘의원 나눠먹기’로 전락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위성정당은 정상적으로 원내에 진입하기 힘든 인사들의 우회로 수단이 됐다. 이번에도 4년 전과 똑같은 일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운동권 특권 세력이 더 많이 의원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당대회 돈봉투 혐의로 구속된 옥중에서 정치 검찰 해체 당을 창당한 송영길 전 대표, 입시 비리로 1심 유죄를 받은 조 전 장관 등도 통합형 비례 위성정당을 통해 국회에 입성할 수 있게 됐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출현이 가시화되면 제3지대는 유의미한 정당비례 득표율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개혁신당, 새로운 미래, 새로운 선택 간에 합종연횡이 예상된다. 그런데 지향하는 가치가 서로 다른 데 오직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공학적인 차원에서 빅텐트가 만들어지면 그것 자체가 정당정치를 훼손시키는 것이다. 이제 국민의 냉철하고 현명한 판단만이 남았다. 국민이 결코 어리석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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