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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삼성 재판, 국가 자해극 멈춰야 한다
 
2024-02-07 17:23:41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한 날짜는 2015년 7월 17일이다. 총회에선 주주 84.73%가 출석했고, 출석 주주 69.53%의 찬성으로 합병이 가결됐다. 국민연금과 해외 기관투자자인 싱가포르 GIC, 사우디아라비아의 SAMA, 아랍에미리트의 ADIA 등이 찬성했다. 그해 9월 1일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했다. 2016년 6월 16일 참여연대와 민변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적폐청산의 기치를 높이 치켜든 문재인 정권의 검찰은 엄청난 인력과 시간을 쏟아부어 수사했으며, 이 회장은 그의 황금같이 젊은 시간 총 560일을 감옥과 구치소에서 보냈다.

지난 5일 이재용 회장 및 함께 기소된 피고인 13명에 대한 서울중앙지법의 무죄 판결을 기점으로, 사건은 이제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항소·상고 절차를 밟으려 하겠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 참여연대와 민변이 이 부회장을 고발함으로써 이 나라에 무슨 이익을 주었나. 근 9년 동안 낭비된 국력과, 매주 1∼2회씩 경영권 승계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했던 한국 최대 기업 최고 경영책임자를 묶어둠으로써 발생한 경영상의 손실, 삼성의 브랜드 가치에 대한 타격 등은 수십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기업인을 이런 식으로 수사하나.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은 기업과 기업인이다. ‘아니면 말고’라고 하기에는 이 회장 본인은 물론, 삼성전자 그룹과 국가 경제에 끼친 피해가 너무 크다.

삼성물산 합병안에 문제가 있었으면 애초 금융감독원에서부터 퇴짜를 맞았을 것이다. 수백 명의 금융전문가가 포진해 현미경 들여다보듯 기업을 감독했던 금감원이 승인한 사항을, 일단의 세력들이 기업과 회장 등 경영진을 형사처벌의 덫으로 몰아넣었다. 억측과 무지가 낳은 참담한 결과였다. 정치인에 대해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검찰은, 고발이 들어온 이상 수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를 무기로, 그리고 정권의 묵인 아래 최선을 다해 수사했지만, 부당 합병의 어떤 설득력 있는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으며 결국 반기업 연대 세력의 농단에 휘둘린 모양새가 됐다. 기업 같았으면 파면감이고, 주주대표소송 감이다.

아직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다. 자본시장법상 공시의무가 발생하는 5% 미만인 4.95% 상당의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합병이 공식화된 이후 2.17%를 더 매수해 7.12%를 확보해 합병에 반대했다. 2018년 엘리엇은 ‘박근혜 정부의 삼성물산 합병 개입으로 손해를 봤다’며 투자자-국가 직접소송(ISDS)을 제기했다. 지난해 6월 20일 ISDS 판정에서 국정농단 사건 관련 국내 형사재판 결과가 한국 정부에 불리하게 인용됐고, 정부는 약 690억 원의 손해배상 명령을 받았다. ISDS 재판 과정에서 정부는 “합병이 옛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실을 끼치지 않았다”는 삼성 측 방어 논리를, 처음부터 자신의 논리였던 것처럼 주장했다. 자가당착이다.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 메이슨 캐피탈 역시 ISDS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무죄 판결과 이번 삼성 합병사건 무죄 판결을 계기로 검찰은 거듭나야 한다. 항소의 고리를 끊는 용기부터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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