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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행동하는 민생’이 정답이다
 
2023-10-04 14:29:40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추석 민심 잡기에 총력을 쏟았다. 역대 선거 사례를 보면 총선 전 추석 민심이 이듬해 총선 결과와 일치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네 차례 총선 결과를 분석해 보니, 2016년 총선을 제외하고 2008년, 2012년, 2020년 총선에서 추석 민심에서 우위를 점하는 당이 이듬해 총선에서 제1당을 차지했다.


이번 추석 밥상에 오른 최대 화두는 백현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배임)과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뇌물)을 받고 있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것이다. 지난달 21일 국회에선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149표로 가결되었다.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의 간곡한 부결 요청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서 최소 약 40명 정도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그런데 법원에서 추석 전인 지난달 27일 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과 증거인멸 염려 정도를 종합하면 불구속 수사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이유를 밝혔다. 또한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기에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됐다고 인정하고, 백현동 개발 비리에 이 대표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있다”고 하면서도 “대북송금 관련 이 대표의 개입을 인정한 이 전 부지사 진술을 근거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한 판단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고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됐다는 것은 증거인멸을 현실적으로 했다는 것임에도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 판단하고,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을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모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반된 주장이 추석 민심에 어떻게 반영되고, 향후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추석 전에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들의 결과를 토대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KBS·한국리서치 조사(9월25-27일) 결과,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국회 가결에 대해 과반이 ‘잘된 결정이다’(52.5%)고 응답했다. ‘잘못된 결정’이라는 응답은 38.8%였다.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긍정 평가가 많았다. 최근 윤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부정 평가’하는 20대와 30대에서도 ‘잘된 결정이다’는 응답이 각각 47.0%와 54.4%를 차지했다. 중도층에서도 긍정 평가가 과반(50.4%)을 차지했다. MBC·코리아리서치 조사(9월25-26일) 결과도 비슷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해 ‘동의한다’ 54.6%, ‘동의하지 않는다’ 38.4%였다.

이런 조사 결과들은 민주당 지도부가 주장하는 이재명 대표 영장 청구가 ‘정치 검찰의 공작 수사’라는 주장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국회에서 가결된 체포동의안이 법원에서 구속 영장이 기각되어 혼란스럽다. 민주당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지적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더구나, 연말까지 국회는 ‘민주당의 시간’이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표결, 국정 감사, 장관 청문회, 그리고 예상 심의 등에서 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은 파상적인 대여 투쟁을 펼칠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유념해야 할 일은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이 대표가 이른바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떨쳐낸 것은 아니다. 최근 영장이 기각된 백현동과 대북송금 혐의까지 기소로 이어지면 이 대표가 주 3회 법원에 출석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오는 6일 금요일부터 대장동 재판의 첫 공판이 열리고, 일주일 뒤인 오는 13일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도 예정돼 있다. 당 대표가 연일 자신의 비리 혐의와 관련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가?

둘째, 이 대표는 구속을 면했지만,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드러난 친명과 비명 간 극심한 갈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민주당은 지난 22일부터 의원 전원에게 탄원서 제출을 요청했다. 친명 지도부와 이재명 강성 지지층은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당내에서 반란표 색출 작업에 나섰다. 이를 두고 여권에선 “공산당에서나 볼 법한 전체주의식 보복”이라고 맹비난했다. 더구나 체포동의안 가결 책임을 지고 비명계 박광온 원내대표가 사퇴하고 친명계 원내 대표가 선출됨으로써 친명과 비명간의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구속을 피한 만큼 통합 차원에서 친명과 비명이 합의하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셋째, 실질적인 민생 챙기기에 나서야 한다.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영수회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민주당의 본회의 연기로 처리되지 못한 민생 법안 90개를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관심 법안으로 떠오른 교권 회복 4법 외에도 보호출산제, 머그샷 법 등이 포함돼 있다. 여야가 사법부의 공백이 더 이상 지속돼선 안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만큼 민주당은 6일 본회의를 열어 이용균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과 민생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또한, 특정 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해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 등 포퓰리즘 입법에도 신중해야 한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그동안 비판받아 왔던 ‘방탄 국회’에서 벗어나 ‘민생 국회’로 전환해야 한다.

민주당이 이런 과제들을 멀리하고 영장 기각에 도취하여 대여 강경 투쟁에만 매몰되면 시간이 흐르면서 거센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 MBC?코리아리서치 조사 결과가 주는 함의를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표가 ‘불체포 특권’을 포기한다”고 했는데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에게 사실상 부결시켜 줄 것을 요청한 것이 대해 ‘자신의 말을 스스로 뒤집은 것으로 부적절하다’(57.5%)는 응답이 ‘부당한 영장 청구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으로 적절하다’(33.5%)를 압도했다. 이것은 이재명 대표의 신뢰성이 의심받고 있다는 방증인데, 영장 기각이 이 대표의 모든 행위를 정당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차고 넘친다”는 구속 사유가 법원에 의해 부정되자 국민의힘은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 됐고, 단기적으로 엄청난 위기 상황으로 빨려 들어갈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추석 민심을 파악하기 이전에 현재 여론에서 투영된 민심의 향방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 KBS·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34.6%,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58.7%였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점을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경제 등 민생 대책’(30.7%)과 ‘국민 및 언론과의 소통’(25.8%)이 가장 많았다. ‘한미일 관계 등 외교’(14.4%)와 ‘야당 관계’(13.0%)가 뒤를 이었다.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고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 발언도 공감도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의 정치적 지향점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이념이고 나라를 제대로 끌어갈 그런 철학이 바로 이념이다”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공감한다’ 41.7%, ‘공감하지 않는다’ 54.4%였다. 탈이념 성향의 중도층에선 61.6%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최대 승부처인 서울과 인천·경기에서 ‘공감한다’는 의견이 각각 36.0%와 38.5%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MBC·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공산전체주의 세력’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제일 중요한 것은 이념”이라고 말한 데 대해 ‘적절하지 않다’(55.6%)가 ‘적절하다’(35.8%)는 의견 보다 훨씬 많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은 ‘반대한다’는 의견이 61.3%로 ‘찬성한다’는 답변(24.1%)보다 약 2.5배 많았다. 이런 조사 결과들은 정부 여당이 국가 정체성을 명확히 하려고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에 더 큰 비중을 두라는 뜻이다. MBC·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 “정부가 경제 문제에 대응을 잘하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엔 ‘잘 못한다’는 부정 평가(61.3%)가 ‘잘한다’는 긍정 평가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정부가 민생 경제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는 여론이 이렇게 높고, 이재명 대표 구속 영장마저 기각됐기 때문에 추석 민심은 민주당에게 다소 유리할 전망이다. 영장 기각 정국 속에서 국민의힘은 “이제부터라도 이재명에만 매달리는 검찰 수사 정치는 버리고 여당다운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밝힌 홍준표 대구 시장의 말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최근 외교, 안보 정책에 집중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 영상 메시지를 통해 “민생이 늘 한가위 같도록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추석 연휴 기간 공무원 격려, 군부대 시찰 등 여러 민생 행보를 이어갔다. 정치권 ‘정쟁’과는 일부 거리를 두면서 민심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보인 것이다. 국민의힘도 “민생에서 민생까지”를 외치고 있다. 이번 추석 민심의 최대 화두는 들어보나 마나 민생이다. 불안하고 불만을 갖고 있는 국민들은 정치권이 그만 싸우고 민생을 챙기라고 명령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이념보다 민생을, 민주당은 ‘이재명 블랙홀’에서 빠져나와 민생을 챙겨야 한다. 단언컨대, ‘정권 심판론’이든 ‘야당 심판론’이든 향후 진정성 있게 ‘행동하는 민생’에 나서는 세력이 내년 총선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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