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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4차산업혁명, 낡은 노동법 고칠때[기고/조준모]
 
2022-12-12 09:18:34

글로벌 경제체제하에 산업의 전문화, 네트워크화가 진행되면서 기업 간 분업으로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한국에선 낡은 ‘국내용’ 노동법체계가 산업4.0의 기술 변화를 담지 못한 채 생산 현장의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처럼 사람이 침대에 맞지 않는다고 머리 혹은 다리를 잘라서 침대에 억지로 꿰맞추는 형국이다. 최근 사내하도급 불법 파견 판결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도 마찬가지다.

법원은 최근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의 사내하도급 활용을 파견계약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르면 도급을 준 대기업은 불법 파견을 한 것이 돼 하청업체의 근로자를 고용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나아가 1차 하청업체와 계약한 소위 2차 하청업체도 실질적 사용자는 대기업이므로 2차 하청업체 직원도 대기업에서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대기업이 MES(제조실행시스템)를 통해 하청기업과 정보를 공유했다는 이유로 불법 파견이라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이는 현장 기술의 고도화·첨단화를 가로막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판결로 원청 대기업에 고용되는 소수 하청업체 직원들의 근로조건은 당장 향상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국가 대부분에서 허용되는 도급을 한국 기업들만 활용할 수 없게 된다.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자동화, 해외 하청기업 활용, 해외 진출 등의 대안을 선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그나마 있는 일자리마저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용시장 전체로 봐서는 일자리의 양과 질 어느 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다. 소수 근로자의 질 좋은 일자리를 위해 다수 일자리를 파괴하는 것은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 이중구조 악화를 넘어 노동시장 공정성에도 위배된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당연히 낡은 노동법부터 고쳐야 한다, 물론 현재와 같이 여소야대의 국면에서 대기업 노동시장의 기득권 집단과 연계된 정치권이 노동개혁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이보다는 협치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실사구시(實事求是)라 판단된다,

최근 조선업종의 원하청 상생협의체에서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경직적 파견법에 의한 불법 파견 시비로 말미암아 원청은 하청업체의 근로조건 개선 노력에 주저하게 된다고 한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로 하청업체는 인력 부족으로 힘들어하고, 근로자들은 소득 감소를 토로한다. 원청을 규제하는 파견법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가 도리어 원·하청 간 분절화 및 이중구조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근로 여건과 복리후생 개선, 직무훈련 중심의 인력 운영,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 방안 등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업종단위의 협치 노력을 제언한다.


힘들게 싹트는 업종단위 협치 노력을 낡은 노동법이 제약해서는 곤란하다. 디지털 산업구조 변화 속에서 이제는 프로크루스테스 침대로 전락한 낡은 노동법을 파괴하고 산업4.0의 시대에 맞게 고쳐나가야 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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