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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경영권 방어 장치 없애는 5%룰 완화
 
2019-09-11 11:45:12

◆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 5일 당·정 협의를 통해 ‘공정경제 성과 조기 창출 방안’을 내놨다. 포장은 공정경제 창출로 돼 있지만, 내용은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하는 조치 일색이다. 그중에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를 위한 ‘5% 룰’ 완화가 있다. 기업들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하소연한다.

5% 룰이란,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해’ 상장사 발행주식 총수의 5% 이상 취득하거나 이후 1% 이상 지분 변동 시 5일 내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토록 하는 ‘주식 대량보유 공시제도’를 말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주식 대량 취득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취득 목적이 기업 탈취(적대적 M&A) 등 불순한 의도인 경우 방어 수단을 마련할 수 있다. 만약 이 제도가 없다면 기업이 기습공격 당할 우려가 커진다. 그래서 이런 룰은 일본·미국·영국에도 다 있는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 제도다. 영국은 5%가 아닌 3%, 5일이 아닌 2거래일 내 보고 제도를 운용한다.

그런데 금융위가 지난 6일 입법예고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회사·임원의 위법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상법상 보장된 이사해임 청구권 및 이사의 위법행위 유지(보류·중지) 청구권 행사의 경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예컨대, 형사처벌 받은 기업인 임원 취임 금지) △배당 결정 관련 등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 것으로 못 박았다. 따라서 이런 목적이라면 5% 이상을 취득했더라도 상세 보고 의무가 없고, 지분 변동 10일 후 또는 다음 달 10일까지 약식 보고만 하면 된다. 그 경우 기업은 대량의 지분 변동을 한참 뒤에 알게 된다. 

이런 것들이 경영권과 무관하다고 누가 판단했는가. 이런 문제를 시행령에 넣어 경영권 영향과 무관하다고 선언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지배구조를 개선한다고 덤비는 경우는 대부분 가면을 쓴 경영권 분쟁이기 때문이다.

M&A 시장에서는 공격과 수비가 균형이 맞아야 한다. 선진 외국과는 달리 한국은 적대적 M&A에 대한 대응 수단이 아무것도 없다. 경영권 간섭을 위한 조치만 일방적으로 쏟아내면서 업계가 요구하는 방어 수단인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같은 제도 도입은 도외시한다. 그래서 어렵게 벌어들인 이익금으로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려 귀중한 투자 재원을 사장(死藏)시키는 바보 같은 일에 기업이 몰두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연기금이나 외국인이 적대적 M&A를 하려고 한국 기업을 공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적대적 M&A 대응 수단은 필요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M&A를 하겠다면 차라리 반길 일이다. 어떻든 그 기업에 대한 투자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영권 분쟁 재료를 시장에 던져 주가를 띄운 다음 팔아치우고 떠나는 이른바 ‘먹튀’다. 먹튀 방지 방법이 따로 있지 않다. 적대적 M&A 방어 수단이 동시에 먹튀 방지 수단이다. 아무 방어 수단도 없는 한국에는 5% 룰이 아니라, 외려 영국 같은 3% 룰로 고쳐야 맞는다. 

기업들은 연기금이나 기관투자가들의 간섭이 점점 더 심해지고, 심지어는 연금사회주의로 가는 게 아니냐고 걱정한다. 특히,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기업과의 대화를 강화하면서도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독립성이 약한 국민연금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를 불식시키려면 국민연금의 독립성 확보가 시급하다.

기업인이 경영 간섭에 일일이 대응면서 사업에 매진하긴 어렵다. 기업들에 주어진 최소한의 방어권마저 무력화시키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은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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