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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포퓰리즘이 망친 한국 사회… ‘국가가 도와주겠지’ 기대, 자조의식 쇠퇴”
 
2023-11-23 10:30:26
■ 파워인터뷰 -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종일관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자조(自助) 의식이 사라져 가는 시류에 대해 강한 우려를 쏟아 냈다. 그는 “국가별 가치관을 조사한 국제 조사 자료를 보니 노력보다 운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이젠 한국이 됐다”며 “사회 탓, 부모 탓을 하는 세태를 보니 매우 걱정스럽다”고 한탄했다. 박 전 장관은 개인을 과보호하거나 규제하는 보모(保姆)국가와 큰 정부의 유산이 초래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치가 개개인의 노력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불공정한 보상 시스템을 조장하고 결국 자조 의식을 북돋는 유인 체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최악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코로나19 전국민 재난 지원금을 꼽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반사이익을 얻은 사람까지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할 수 없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박 전 장관은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을, 시장의 힘을 제대로 아는 국민으로 길러내는 것이 결국 선진 국가를 완성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성균관대 이사장을 겸직하고 있는 박 전 장관이 바쁜 시간을 쪼개 지난 2월 21일 경제교육단체협의회 2기 회장을 선뜻 맡은 이유다. 서울 성동구 독서당로 경제교육단체협의회 사무실에서 지난 14일 박 전 장관을 만났다.

―국가 경제정책을 책임졌던 경험자로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과 현주소에 대해 평가해 달라.

“구조적 저성장 기조가 고착되는 ‘일본화’가 우려된다. 1인 세대 급증과 고령화 등으로 ‘인구 배당’이 희석되고 있다. 특히 인적 역량은 정체되고 사회 갈등이 커지고 자조 의식은 퇴색하고 있다. 더욱이 제조업 비교우위가 약화하고, 서비스업 생산성은 뒤처지고, 신산업 태동은 지체되고 있다. 날림·대중 영합 요법에 따라 기여와 보상이 따로 노는 불공정한 시스템이 확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보다 원천기술과 자본은 축적돼 있지 않고, 저출산·고령화는 더 가파르며, 지정학 리스크와 정쟁·갈등마저 심각해 일본만큼만 버틸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자칫 지난 70년 ‘압축성장’의 신화가 ‘압축 퇴보’로 전락할 것 같아서 걱정이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정부 간섭을 줄이고 민간 활력을 북돋우는 한편, 교육·노동·연금 등의 구조개혁에 나서겠다는 방향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이들 과제를 하루아침에 이룰 수는 없다. 명확한 청사진과 치밀한 단계적 실행 계획을 지속해서 내놔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숙의(熟議)와 공론(公論), 창도(唱導)를 거쳐 공감대를 넓혀가야 한다. 동시에 연착륙을 위한 절충과 합의를 모색하는 슬기로운 국정운영이 절실하다.”

―‘거대 야당’ 등 정국 여건은 불리한데.

“노동 개혁을 예로 들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및 여·야 간사 등과 대통령, 비서실장이 함께 식사라도 하고 허심탄회한 분위기에서 얘기하는 자리를 만들면 어떨까.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야당도 마냥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방향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난제는 야당과 힘을 합쳐서 풀 수밖에 없다. 살가운 모습, 이른바 협치·숙의·공론·전문가의 창도를 거쳐 공감대를 확산하는 것이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총론과 큰 방향에 관한 얘기는 잘하지만, 각론은 허술한 경우가 많다. ‘스테이트 크래프트(statecraft·국정운영기술)’가 중요하다. 나랏일을 헤쳐 나가는 일머리라고 할까. 선명하게, 명징하게 자기 입장을 주장하고 타협하지 않으면 뛰어난 정치인처럼 착각들을 한다. 정치가는 원래 타협도 하고 합의도 해야 한다. 어떻게 자기 생각대로 100% 할 수 있겠는가. 상대 입장도 들어줘야 하고, 단계적·시범적으로 바꿔 가야 한다. 이런 태도를 백안시하는 경향이 있다. 조금 더 살갑게 하고 상대를 존중하고 반론을 경청하고 이견을 수용하는 자세, 70점짜리라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자세가, 결코 아무것도 안 하고 말 펀치만 주고받는 것보다 국민을 위해선 나은 거다.”

―저성장과 싸워야 하지만, 정부는 긴축재정을 우선하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글로벌 불경기 여파 및 지난 정부의 손쉬운 확장 정책(저금리·재정 팽창)과 인기 영합(복지 남발·노사 규율 이완)의 후과(後果)로 어려움이 가중돼 왔다. 불안 요인이 남아 있지만, 치솟던 집값과 가계부채, 물가 안정을 도모하면서 한때 적자로 돌아섰던 경상수지도 흑자로 돌려세우는 등 방어하는 데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경기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채택한 긴축재정 기조는 미래를 내다본 책임 있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재정 건전성은 세대 간 약속이자 규율이며 미래에 대한 투자다. 기대만큼, 확언한 만큼 긴축하지는 않았으나, 지난 정부에서 워낙 재정지출을 늘려놨기에 예산의 하방 경직성을 고려하면 한꺼번에 바로잡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한다.”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균형재정’을 우선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1100조 원 정도 된다. 심각하게 봐야 하나.

“달러·엔·유로 등을 사용하는 기축통화국과 우리나라는 차이가 크다. 기축통화국은 정부에 큰 문제가 생겼을 때 중앙은행이 나설 수 있다. 근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 중앙은행이 원화를 비축해 두지 않는 비기축통화국이다. 비기축통화국 중에선 우리나라, 이스라엘, 핀란드, 뉴질랜드, 호주 등이 선진국인데 이들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우리나라(올해 54% 예상)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들 나라는 오래전부터 50% 가까이 된 게 거의 늘지 않고 있다가 코로나19 때 증가했다 다시 정상 궤도로 회귀했다.”

―우리도 이들 국가 수준을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관리해야 하는 건가.

“그것과 비교해 보자는 거다. 우리는 그보다 낮은 데서 시작해서 계속 올라가는 거로 전망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의무지출 비율이 너무 높다. 정부가 줄여보려고 해도 줄이기가 힘들다. 정부가 재량으로 줄일 수가 없다.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지출을 계속 늘리니 올라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나라에 비해서 고령화는 훨씬 가파르다. 저출산도 굉장히 심각하다. 두 개만 더해 봐도 큰 재정 압박 요소로 작용한다. 복지지출의 80%는 노령연금이다. 어느 나라든 노인이 늘어나면 복지지출이 가속된다. 또 하나는 지정학적 리스크다. 북한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지출이 다른 나라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만약의 급변 사태에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국제사회도 힘을 보태겠지만, 우리 몫이 가장 크다고 봐야 한다. 언젠가 풀어야 할 숙제가 북쪽에 있고 그 상당 부분은 재정으로 감당해야 한다. 지금 여력을 비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 방만하게 쓸 때가 아니고 다른 나라에 비해서 더 알뜰살뜰하게 챙겨야 후손들에게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부담을 떠넘기지 않을 수 있다.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경제정책 요직을 두루 거치며 물가 안정에도 힘을 썼는데, 현 상황을 어떻게 보나.

“물가 상승은 ‘보이지 않는 세금’이다. 구매력 감소는 물론 자원 배분을 왜곡하고 투기와 매점·매석을 조장한다. 결과적으로 투자를 위축시키고 분배를 악화시키는 등 연쇄적인 부작용을 초래한다. 특히,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과 임금 근로자에게 더 큰 타격을 주므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물가 상승의 핵심 요인은 거시적인 측면이 크다. 물가가 치솟은 2011∼2012년의 경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온 세계가 크게 늘렸던 재정·신용 정책 영향이 컸다. 이번에 물가 압력이 커진 것도 2020∼2021년 코로나19 국면에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주범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 묘약도 없다. 지난 몇 년간 편하게 지냈던 청구서가 뒤늦게 도착한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구조 개혁 노력을 가속해야 한다.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원가절감 노력을 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사교육·명품 등 현시(顯示) 소비의 거품도 빼야 한다. 아울러 농·축·수산물의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한 정보 시스템 활용 등에도 힘써야 한다.”

―기재부 장관 시절 포퓰리즘 정책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 최악의 포퓰리즘 정책이 있다면.

“글쎄, 코로나19 때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준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필요악 측면도 있는데?) “전국민 재난지원금 대상자 가운데에는 코로나19에도 피해가 없었던 공직자나 샐러리맨, 임금 근로자까지 포함돼 있었다.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해서 더 번창하게 된 사업자나 기업도 있었는데, 일부 기업들은 성과급을 덜 준다고 아우성인 경우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에게까지 재난지원금을 일률적으로 지급했던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하기 어려운 나쁜 정책이었다.”

―그런 정책이 늘 걱정하시는 젊은 세대의 자조 의식에 영향을 줬다고 보나.

“‘필요하면 국가가 도와줘야지’ 하는 기대 심리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본다. 당장 그렇게 물어보니까 딱 떠오르는 게 그거였다. 그 밖에도 많이 있을 텐데. 꼭 필요한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 “(나중에 첨언) 아, 역대 최악의 포퓰리즘 중에 돈으로 보면 전국민 재난지원금이지만, 돈하고 관련은 없어도 사실 어떻게 보면 죽창가(야당 지도부가 앞장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규탄 집회) 사례처럼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것도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본다. 너무나 철이 지난 발상이고, 악의적인 수법이다.”

―평소 자조 의식의 퇴조에 대한 우려를 많이 제기하는데.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s Survey)의 가장 최근 자료가 2019년일 거다. 세계 주요국 대상의 조사에서 ‘소득분배의 필요성에 공감하느냐’는 항목과 ‘복지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얼마나 크다고 생각하느냐’는 항목에서 러시아와 우리나라의 긍정적 응답 비중이 가장 높았다. 80% 이상일 것 같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쿠바보다도 훨씬 높고 복지 선진국이라는 핀란드, 스웨덴보다 더 높다. 과하게 표현하면 남 탓, 사회 탓, 제도 탓, 이웃 탓 심지어는 조상 탓, 부모 탓을 한다. 내 탓이 아니라. ‘나는 흙수저’라며 자포자기하는 경향도 강하다. 노력보다 운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가 제일 높더라.”

―이명박 정부 시절 처음부터 끝을 같이한 ‘순장조 3인방’에 꼽혔다. 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많이 닮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

“현 정부의 대외 정책과 대북정책 방향에는 100% 공감한다. 우리처럼 외교·안보·통상이 국운과 직결된 상황에서는 대외 정책이 엄청나게 중요하다. 지난 몇 년 동안 상당히 망가졌달까, 어려웠던 대외 관계를 정상적으로 복원하고 문명국가와 가치 연대를 강화한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 방향과도 상당히 맥이 닿아 있다고 본다. 당시 국격을 위해 상당히 노력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주최하고,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신하는 등 성과를 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인색한 평가도 있다. 반면교사를 삼을 점이 있다면.

“아쉬운 점이 적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좀 더 나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좀 전에도 얘기한 것이지만, 일머리 측면에서 큰 방향을 옳게 잡았더라도 조금 더 일이 되게 해야 한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 구조 개혁의 진도가 더 나갔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반성해 볼 지점이 있다. 치밀한 전략과 진정성을 가진 협치, 그런 노력이 더해졌으면 일이 좀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진영 논리에 따른 갈등과 편 가르기가 너무 심각하다. 결국 윗물이 맑아야 한다는 논리에서 보면 위정자가 먼저 대립·반목과 편 가르기를 순화하는 것이 긴요하다. 무한 책임까지는 아니라 해도 큰 책임은 여당과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거니까 조금 더 살가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현장에서 지켜본 국민의 경제 이해 정도와 국가 경쟁력 간의 관계는.

“큰 관련이 있다. 스웨덴은 1990년 초반 경제 위기가 크게 왔다. 그 전만 해도 복지국가로서 정부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삼성보다도 더 큰 기업이 전체 민간 경제에서도 과반의 기여도를 차지하는 상황이었다. 발렌베리 그룹이라고 굉장히 유명한 기업이다. 경제 위기가 오고 나서 어디서 이런 어려움이 왔을까 심층 토론하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결국 내놓은 길이 지나친 사회복지 의존형 경제로부터 탈피하자는 거였다. 복지지출을 과감하게 줄이고, 국민연금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개혁 방안을 도입했다. 지금 우리는 받는 연금 금액 자체가 확정돼 있다. 그쪽은 경제 상황과 인구구조, 실질성장률 등을 봐서 받는 금액이 가변적이 되도록, 적자가 나지 않도록 만드는 개혁에 국민이 동의했다. 여러 복지기관이나 교육기관들도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해서 개편을 많이 했다. 자율과 경쟁 원리를 많이 도입하고 있는데, 예컨대 바우처를 통해 학부모가 학교와 어린이집을 선택하게 하는 등 사회제도 전반을 개혁함으로써 스웨덴 경제가 되살아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은 2002년 하르츠 개혁을 통해서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과감한 조치를 했다. 우리는 그런 동력이 있나. 노동 개혁이나 연금 개혁, 복지 개혁을 해나갈 동력이 약한데 전 국민이 그런 문제에 대한 공감대, 인식이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민 스스로 시장의 힘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인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회계 교육을 하는) 네덜란드는 여러 창의적 제도를 많이 도입했다. 더치페이만 해도 도덕적 해이를 줄일 수 있는 합리적 시스템이다. 오늘은 내가 쏜다고 하면 과소비, 과음, 과식할 유인이 있고 합리적으로 소비할 유인 자체가 없어지는데 더치페이는 자기 책임이라 그럴 수가 없다. 이런 거 말고도 여러 가지를 들 수가 있다. 우리가 자기 집에서는 에어컨을 종일 틀어놓지 않고 외출할 때는 끈다. 그런데 리조트 같은 데 가면 입실할 때부터 켜놓고 저녁 먹으러 나갈 때도 켜놓는다. (전기요금 인상 요인 유발에 대한 고민 없이) 본인에겐 한계비용이 제로니까. 사회경제 시스템에는 인센티브가 작동돼야 한다. 그게 공정한 보상 시스템이다. 시장의 힘을 무시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초래하게 되고 시스템 왜곡으로 이어져서 유인 체계를 파괴하게 된다.

국민연금은 대표적으로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의 균형이 맞지 않는 불공정한 시스템이다. 열심히 할 유인이 없어지니까 젊은 세대는 국민연금 가입을 안 한다고 하기도 한다. 의료계의 경우 필수 진료 과목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전체 의사 수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건강보험 수가가 위험 프리미엄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 등록금도 너무 오랫동안 동결했기 때문에 유치원비보다 싸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런 등록금으로 고등교육의 수월성을 담보하려는 것은 무리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 아래 개개인의 노력과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가격 기제가 작동하면 이처럼 시장 전반에 왜곡된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미·중 갈등, 지정학적 긴장, 잠재 성장력 약화 등 수많은 도전과 난관에 직면해 있는데,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바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박애·인권과 안보, 경제와 환경이 한 묶음으로 작동하는 시대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수혜자로서 선진 문명국가인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호주와 연대를 강화하고, 전체·패권주의에 맞서는 것이 명분·실리와 부합할 뿐만 아니라, 안보에도 도움이 된다. 부민안국(富民安國)의 필요조건인 인적 역량 향상과 충분조건인 공정한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름길은 없다. 긴 호흡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 개혁에 진력해야 한다. 공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 책임을 복원하고 노동시장의 역동성·투명성을 높이며 노사 자치를 확립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복지(연금) 구축과 재정규율을 확립하고 기득권을 깨는 규제 개혁과 전문 서비스업의 선진화를 이루며 디지털 전환 등 혁신에도 힘써야 한다. 민간 활력을 위축시키는 ‘큰 정부’ 유산을 청산하고 국가가 모든 걸 책임지려는 보모국가에서 탈피해야 한다. 대중 영합 정치의 편 가르기와 이념 지상의 원리, 종족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 박재완은 누구

개혁파 중도보수 ‘박세일 사단’ 의 핵심… MB때 노동부·기재부 장관 맡아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개혁파 중도보수’를 대표하는 이른바 박세일 사단의 핵심 인사로 꼽힌다.

박 전 장관은 고인이 된 위공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가 2006년 ‘공동체 자유주의로 선진화와 통일을’을 신조로 만든 민간 싱크탱크인 한반도선진화재단의 이사장을 10년째 맡고 있다. 박세일 교수는 비정부기구(NGO)의 시초 격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창립을 주도하며 금융실명제의 이론적 기반을 다지고 서울대 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1996년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등을 맡으며 ‘세계화’를 디자인해 핵심 국가 전략으로 제시했다.

박 전 장관이 박세일 교수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이때다. 당시 재무부에 근무하던 박 전 장관은 박세일 교수가 만든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에 파견을 나가 보좌관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박 전 장관이 1979년 행정고시 23회에 합격, 총무처와 감사원 등의 공직 생활을 거쳐 성균관대 교수를 지내다가 2004년 17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것도 박세일 교수가 “내가 정부에 들어가 보니 혼자서는 일이 안 되더라”면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윤건영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등과 함께 박 전 장관을 비례대표로 추천한 것이 계기가 됐다.

박 전 장관은 박세일 교수를 영원한 멘토로 생각한다. 그는 “그분의 아호인 위공은 온 세상이 일반 국민의 것이라는 뜻의 고사성어 ‘천하위공(天下爲公)’에서 직접 따온 것인데,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발돋움시키기 위해 헌신하신 노력과 사상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박 전 장관은 박세일 교수의 가장 큰 업적으로 “민주화 이후의 국가 전략에 대한 담론을 확립한 것”이라면서 “선진화·세계화 등 국정 이념의 기틀을 닦은 경세가(經世家·세상을 다스려 나가는 사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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