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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변혁의 물결 앞에 선 노동조합과 근로자] 통권161호
 
2020-10-16 16:12:16
첨부 : 201016_brief.pdf  

<기획시리즈1 -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 윤리>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당은 기업규제 3법을, 야당은 노동법과 같이 처리하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법률의 처리여부를 떠나서 [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윤리] 관점에서 3회에 걸쳐 게재한다.


Hansun Brief 통권161호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의 일상을 뒤 흔들어 놓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등이 일상화되면서 일터에도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변화가 ‘4차 산업혁명과 맞물리면서 사회 전반에 변혁을 유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국민의 삶과 경제에 미친 영향이 크다. 경제 불황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작됐지만, 팬데믹이 겹치면서 자영업과 기업 도산으로 일자리 감소와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산업구조와 경제시스템을 바꾸고 있다면, 코로나19는 삶의 행태를 변화시키고 있다. 시대와 문명이 전환되는 변혁의 물결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 노동조합과 근로자의 의식과 행태가 시대에 적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노동조합과 근로자는 시대의 흐름을 과소평가하려 한다.

 

1.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의식

우리 사회에서 노동조합은 거대한 세력이다. 사회적 약자가 아닌 강자로 자리 잡았고, 비주류가 아닌 주류로 등장했다. 여기에 정치적인 힘까지 더해지면서 사회의 주도 세력이 되었다. 이 추세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후 친 노동조합정책으로 한층 더 강해졌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힘이 커지고 사회적 영향력이 높아지면 그에 부응한 사회적 책임도 따른다. 이것은 사회공동체에서의 당위적인 의무이다. 그런데 한국의 노동조합은 조직을 확대하고 세력화하는 데에는 온 힘을 다 쏟지만 사회적 책임에는 나 몰라라 한다. 이러한 의식과 행태가 사회적 부작용을 촉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의식이 낮을수록 사회적 자본은 무너지고 사회적 부채는 늘어날 것이다.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USR, Union Social Responsibility)’이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같이 노동조합도 사회 발전을 위하여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근로자의 권익을 위하여 일하는 이익단체이다. 하지만 정치·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다른 어느 이익단체보다 크다. 노동조합의 간부들이 인식하건 않던 간에 한국의 양대 노동조합(한국노총+민주노총)은 사회공동체의 중요한 구성원이자, 정치 및 경제의 중요 주체가 될 만큼 막강해졌다. 하지만 이들은 강력한 힘을 가진 집단임에도 여전히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정말 노동조합이 스스로 그렇게 자평하는지 모르지만, 알면서도 약자라고 주장한다면 신의칙(信義則)에 반한다.

 

양대 노동조합은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상황에서도 이에 대해서는 미동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사회적 영향력 확대에 골몰하고 있다. 실례로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장악한 노동조합들이 파업을 하면 사회적 이슈가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큰 소용돌이에 빠진다. 이러한 막강한 힘을 가진 노동조합인데도 일부에서는 아직도 사회적 약자로 치부한다. 노동조합 역시 사회적 주류 세력이 되었음을 알면서도 근로자의 권리와 이익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약자의 위치를 고수한다. 이러한 노동조합의 태도는 자기기만이다. 이젠 노동조합은 떳떳하게 사회 주류 세력으로서의 역할과 책무를 감당해야 하고 자기 이익만을 위한 주장에서 탈피해 사회공동체의 발전 나아가 사회적 책임에도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여 주어야 한다.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은 구체적으로 보면, 노동윤리의 솔선수범, 도덕성, 비정규직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보호, 기업 발전과 고용 창출의 협력, 준법정신과 사회질서의 유지 등이 있다. 특히 최근의 사회적 요구 사항은 노동조합의 준법정신사회질서의 유지’, ‘민주적 운영예산집행의 투명성이다. 시대가 바뀌는 상황에서는 누구도 그 변혁의 물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오히려 산업구조와 노동환경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 빠르게 변하는 경향이 있기에 노동조합이 나서서 조합원들을 깨우치고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들에게 닥쳐올 가까운 미래의 모습은 코로나 사태의 전과 후가 확연히 구분될 것이다. 2차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노동조합의 터전이었던 공장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 것이다. 제조업 인력이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IoT(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 로봇 등이 접목된 자동화로 대체되면서 생산 현장의 인력은 예상보다 빨리 줄어들 것이다. 이미 이러한 현상은 산업 현장의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2만 여개의 부품이 필요한 자동차 공장만을 보아도, 고객이 온라인으로 옵션을 넣어 자동차를 주문하면, 이에 맞추어 로봇이 생산하는 시대가 되었다.

 

2. 붕괴된 생산현장의 노동윤리

근로자도 시대 변화에 눈감아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의 와중에 코로나19 현상은 기존 관행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러한 변혁의 물결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기존 관행에 익숙한 기득권층은 변혁의 물결을 알면서도 저항한다. 작금 현실에 안주하려는 노동조합의 행태가 그러하고, 조합원의 행태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저항은 변화에 둔감해서가 아니라 기득권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현실에 안주하다보면 미래를 잃을 수 있다. 변혁의 시대에는 누가 먼저 대비하느냐에 따라서 성패가 결정된다. 노동조합이 기득권에 매몰되어 있으면, 깨어있는 조합원들이 나서서 둔감한 노동조합을 깨워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조합원이 노동조합의 힘을 믿고 노동윤리까지 저버리는 사태까지 일어나고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자동차회사의 사례1)는 산업 현장의 노동윤리수준을 가늠케 한다. 노동조합이 막강하니 이를 믿고 노동윤리까지 저버린 것이다. 자동차 생산 현장에서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묶음작업, 올려치기, 밀어치기용어가 익숙하다. 이를테면 묶음작업'2~3명의 일을 1명이 몰아서 하고 다른 직원은 그냥 쉰다. ‘내려치기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5~6대를 빠르게 내려치며작업한 후 쉬고, ‘올려치기는 작업이 안 된 5~6대가 다 지나갈 때까지 쉬다가 뒤에서 앞으로 올려치며작업한다. ‘조기 퇴근현상은 퇴근 10~20분 먼저 정문에 대기하다 문이 열리면 곧바로 나간다. 그밖에 근로자가 휴대폰으로 스포츠 경기나 영화를 보면서 차를 조립하다 회사 측이 작업 시간에 와이파이를 끊자 노사갈등으로 비화한 사례도 있다.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믿지 못할 일이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노동행태가 가능한 것은 관리문제도 있지만 노동조합의 힘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런 노동관행이 형성됐다는 것은 인력이 남아돌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러니 노동 생산성이 높을 리 없다. 현대자동차공장에서 1대 생산시간은 26.8시간으로 도요타(24.1시간), 포드(21.3시간) 등 경쟁사보다 훨씬 길다. 같은 현대차라도 미국 앨라배마 공장(14.7시간), 인도 첸나이 공장(17시간)의 생산성은 울산 공장보다 훨씬 높다. 반면 현대차 국내 공장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9,200만원으로 도요타(9,100만원), 폴크스바겐(8,040만원)보다 높다. 현대차 인도 첸나이보다 10배를 웃돈다.” 노동 최저화와 보상 극대화, 낮은 작업효율 문제는 비단 이 회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이후의 시대에 대비하려면 지금이라도 노동 개혁에 나서야 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와 국회는 노동 개혁에 머뭇거린다. 노동조합도 변혁의 물결이 바로 앞에 닥치고 있는데도 예외라고 생각한다. 분명 코로나 전과 후는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산업구조 및 생산시스템의 변화는 물론이고 노동윤리도 변할 수밖에 없다. 노사정 모두가 더 늦기 전에 힘을 모아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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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선일보, [사설] 한국 노동조합 현실 보여준 두 발 뛰기’ ‘올려 치기’. 2020.10. 6. ; [기사] 현대차 아산공장 직원, 조기퇴근하다가 영원히 퇴근. 2020.10. 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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