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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정치인의 도덕성] 통권143호
 
2020-07-15 16:44:51
첨부 : 200715_brief.pdf  

<기획시리즈1 - 정치인의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

박원순 서울시장과 6.25 전쟁에서 나라를 구한 백선엽 장군이 이틀 사이를 두고 타계하면서 대조적인 현상이 발견됐다. 세간의 관심은 나라를 구한 군인보다 정치인에게 쏠렸다. 그 이유를 정치인의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5회에 걸쳐 탐색한다.


Hansun Brief 통권143호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1. 죽음 앞에서 보여준 대비되는 두 모습
우리는 최근 이틀 사이에 유명을 달리한 서울특별시 박원순 시장과 백선엽 장군의 장례식에서 양극단의 사회적 현상을 목도했다. 한 분은 시민운동가와 여성 인권에 앞장섰던 현직 서울시장으로써 갑작스런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성추행 의혹과 자살을 이유로 50만 명이 넘는 반대 청원이 있었지만 끝내 그는 서울시장 장(葬)으로 세상과 이별했다. 다른 한분은 나라를 구한 6.25 전쟁 영웅이자 국군의 초석을 놓았고 한미동맹의 산 증인이었다. 그러나 친일파로 매도당하는 진영논리에 의해 6.25 전우들이 묻혀있는 서울 현충원에 묻히지 못한 채 육군 장(葬)으로 이승을 하직했다.
 
시청 앞 서울광장과 광화문 광장의 분향소는 정치 위력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한 쪽은 자살을 순직으로 예우하여 꽃 장식으로 분향소를 차렸고 다른 한 쪽은 젊은이들과 시민들이 소박한 분향소를 마련했다.

죽음 앞에서도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가해자를 미화함으로써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처럼 비쳐지는 오류를 유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역사의 검증도 무시한 채 사실을 왜곡하여 고인의 공적을 폄훼한다.
 
미투에 연루된 의혹을 받다가 자살한 서울시장에게 한 여당의원은 "맑은 분이시기 때문에"라고 했고, 교육을 책임진 교육감은 "자신에 대해 가혹하고 엄격한 그대"라고 미화했다. 또 다른 여당 의원은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죽음으로 답했다”고 했다. 일각1)에서는 성추행 고소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그의 삶을 완성하는 방법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백선엽 장군에게는 일제강점기 만주 간도특설대에 근무하면서 독립군을 토벌했다고 역사를 왜곡하여 친일파로 매도했다. 그러나 독립군이 활동한 시기는 1920년대 초였다. 백선엽 장군이 간도에 근무할 당시인 1943년 무렵에는 이 지역에 독립군은 없었다. 이들이 상대한 것은 주로 중국공산당 팔로군이었다고 장례식 기간 중의 주요 언론의 사설과 컬럼 그리고 독립운동사를 연구한 역사가는 증언한다.2) 나라를 구한 영웅에게는 역사를 왜곡하여 폄훼하기보다 최고의 예우를 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의 예의이다.
 
유명을 달리한 두 분의 죽음 앞에서 겸허한 마음보다 갈등의 모습을 보인 것은 한국 정치의 유산으로 이제는 구조적 문제가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정권을 잡기위해서 정치인들이 벌린 일이지만 이제는 일부 국민까지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이념에 따라 확연히 갈라졌다. 자기가 속한 조직이 한 일은 무조건 옳고, 다른 조직이 한 일은 무조건 배척하는 진영논리로 변해 버렸다.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정치가 풀어야 한다. 이는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한 정치인(politician)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의식이 높은 정직하고 도덕적인 정치가(statesman)가 많이 나와야 가능하다.
 
2. 정치인에게 도덕성이 강조되는 이유
도덕은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자기완성의 길이고 사회규범이다. 정치인에게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높은 도덕성과 함께 이를 평가하는 엄중한 잣대가 요구된다. 특히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던 현직 시장의 자살을 목도하면서 위정자의 도덕과 윤리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 왜 중요한 가를 깨닫게 된다.
 
현실과 이상은 다르기 마련이다. 국민이 바라는 정치인은 표만 의식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사회발전과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정치가’이다. 선공후사의 자세로 자유?민주?공화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정치가이다. 오늘날은 이런 정치가를 보기 힘든 세상이다. 그래서 시민과 국민이 정치인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주권자로서의 권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정치인들의 높은 도덕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정치인은 표심에 흔들리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정치인 못지않게 정직해야 하는 이유이다. 정치인은 표를 얻기 위해 때로는 도덕과 상충되는 위선(僞善)으로 무장하거나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표를 얻기 위해 포퓰리즘을 앞세우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정치인에게 도덕성이 중요한 덕목으로 요구되는 이유이다.
 
도덕성에서도 중요한 것이 정직성이다. 선거에 의해 공직으로 나선 사람들은 선거 후에는 더욱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남용하기 쉬운 권력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미지 관리를 위하여 앞에서는 공공선을 강조하고 뒤에서는 다른 행태를 보이면 안 된다. 그런데도 이런 행태가 목도된다. 부정부패에 연루된 정치인, 심지어 부정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정치인들이 그러하다. 몇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성추행 사건 역시 정치인의 도덕성 특히 정직성의 한계를 보여준다. 바른 공직자라면 거짓말이 무서운 것임을 알아야 한다. 앞과 뒤가 다르거나 겉과 속이 달라서도 안 된다. 공직자의 사생활에서 신독(愼獨)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정치인의 이중적 행태는 선거기간 중에 많이 나타난다. 선거 때에는 유권자가 주인으로써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그런 대우는 많이 사라진다. 선거기간에 입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낸다. 그 중에 하나가 당선을 위해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내세우는 것이다. 거짓말과 감언이설도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런 유혹이 잘 먹히지 않는다. 상대 후보는 물론 시민단체 등의 감시기능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퓰리즘을 내세운다. 한 정당이 이기기 위해서 다급하게 내놓은 공약은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부의 재난지원금 공약도 명분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이었지만 속마음은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의 일환이었다. 이렇듯 포퓰리즘은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당은 선거 때만 되면 포퓰리즘을 짜내느라 고심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당으로서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라는 말과 같이 정당과 정치인은 정직해야 한다. 동서양 공히 정치인의 덕목으로 정직성을 중요시 하는 이유이다. 나아가 정당과 정치인에게도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어야 한다.
 
정직성과 진정성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다. 정직성이 없으면 진정성도 없기 때문이다. 동서양 공히 정치인에게 일반인보다 보다 높은 정직성을 요구한다. 미국과 유럽은 공직자의 거짓말을 중요한 범죄로 인식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자리에서 물러난 미국의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가져온 것도 본질은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거짓말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자기 양심에 비추어 거짓이라 생각되면 스스로 수치심을 느껴야 하지만 오늘날 정치인의 행태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잘못에 대해 책임을 자살로 속죄하고 이를 미화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는 문화적 요인도 작용한다.
 
3. 도덕은 인간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
실제 우리사회는 거짓말에 대해 유럽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용적이다. 좋은 일을 위해서 한 거짓말이라면 용인하는 풍조도 있다. 정치인들의 거짓말도 이런 사회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인은 유권자를 대변하는 위치에서 유권자와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어느 정도 거짓말은 용인될 수 있다고 스스로 판단하는 경향도 있다. 심지어 도덕적 기준도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 현상이 그것이다.
 
조국사태가 그 사례이다. 자녀의 무시험 진학과 장학금 수령, 고등학생인 딸의 의학논문에 제1저자 등재, 아들과 딸의 허위 인턴십 증명발급, 동양대 표창장의 사문서 위조 등으로 젊은이들을 비롯한 많은 국민의 분노가 있었지만 그들은 태연자약했다. 한편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국회청문회 과정에서 사모펀드에 대해서 모른다고 했던 것이 사후에 거짓말로 드러났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그를 비판했던 국회의원은 공천에서 탈락하고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국회에 진입했다. 나아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만든 정당까지 국회에 진입했다. 정치인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수많은 의혹을 야기한 윤미향 의원 사태도 마찬가지이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으로써 시민단체의 도덕성, 공정성, 책무성을 저버린 일들이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국회의원이 되었다. 정치인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요구되는 이유이다. 정치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국과 윤미향 사태뿐만 아니라 거짓말이나 겉과 속이 다른 일을 저지른 큰 사건만 회고해보면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의 아들과 관련한 김대업의 거짓말, 2008년 광우병 파동, 2017년 대선과정에서 김경수의 댓글 조작, 2018년 안희정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 2020년 오거돈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에 이어서 유명을 달리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검언유착’으로 불리어지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최강욱 국회의원의 윤석열 검찰총장을 밀어내기 위한 행태에서도 이런 모습이 보인다. ‘검언유착’ 수사와 관련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행사한 수사지휘권 발동 과정에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발표되지도 않은 법무부 알림장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급히 삭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최순실(최서원) 국정농단과 무엇이 다르냐고 물으면서 ‘공무상 비밀누설’이라고 보고 있다.

도덕의 기준은 나와 타인을 구분하지 않는다. 모두가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도덕은 최소한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로써 사회적 합의와 오래된 관습에 기초한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인은 일종의 선민의식을 가지고 자기 잣대로 해석하거나 행동하려고 한다. 이것은 오히려 정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도덕이란 양심과 상식 그리고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다. 그래서 도덕의 잣대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예외의 경우에도 공익이 훨씬 큰 경우로 한정되어야 하고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그래서 정치인은 어떠한 상황이든지 자기의 발언이 도덕적 기준에 부합하고 거짓이 섞여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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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일보. “진상규명이 박원순 삶 완성하는 길”. 2020.7.13
2) 양대언은 페북(2020.7.13.)에서 “청산리전투나 봉오동전투 같은 독립군들의 큰 전투들은 1920년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벌어지지 않았다. 1921년 6월 발생한 '자유시 참변'으로 만주와 연해주 지역의 독립군이 '전멸'했기 때문이다. ‘자유시 참변’은 소련의 볼세비키 혁명 세력이 만주와 연해주의 독립군 세력을 학살한 사건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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