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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이익공유제, 한국 경제에 해롭다] 통권136호
 
2020-05-15 15:34:45
첨부 : 200515_brief.pdf  
Hansun Brief 통권136호 

김정호 서강대학교 겸임교수/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1. 이익공유제란?

이익공유제가 앞으로 한국 경제의 중요한 속성으로 등장할 것 같다.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률이 통과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사실 20대 국회에서 소위 협력이익공유제라는 이름의 4개법률안이 제안되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4.15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두었으니 21대 국회에서는 통과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의 이익을 중소기업과 나누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들 법률이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최근 남양유업이 공정위와 대리점들에게 약속한 소위 시정 방안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시정 방안의 구체적 내용 몇 가지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 남양유업은 동종업계 평균 이상으로 수수료율을 유지한다.

농협 납품 대리점의 경우 하나로마트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발생하는 영업이익의 5%는 대리점에 나눠주고, 영업이익이 20억원에 못 미치더라도 최소 1억원은 대리점에 분배한다.

대리점들의 단체 구성권을 인정하고 대리점과의 계약에서 중요 내용을 변경할 때는 대리점 대표와 남양유업 대표이사 등이 참석하는 상생위원회에서 사전 협의를 거친다.

자녀 평균학점 B+ 이상시 해당 학기 등록금의 50%를 지급한다.


대리점과 이익을 나누며, 수수료를 후하게 지급하고 대리점의 동의 없이는 거래조건 변경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대리점주 자녀 학자금 보조도 내용으로 들어가 있다.

 

남양유업은 거래상 지위 남용 혐의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2016년 대리점에게 지급하던 수수료 15%를 대리점과 협의 없이 13%로 낮춘 것이 문제가 되었다. 공정위는 이 시정 방안을 받아들여 동의의결을 했다. 동의의결은 공정위 조사 대상 사업자가 제시한 시정 방안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공정위가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가 이 사건을 종결했다는 것은 남양유업이 제시한 시정방안이 공정위 및 대리점들의 마음에 들었음을 시사해준다. 따라서 이 내용은 앞으로 유사한 사업을 하는 대기업들에게 일종의 지침처럼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2. 이익공유제는 시대의 대세인가?

이익공유제는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대기업들에게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요구하면서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들었다. 초과이익공유제를 역설한 서울대 정운찬 교수는 총리이면서 동반성장위원장이 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당선됐다. 그 중요한 내용인 동반성장, 상생은 이익공유가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는 협력이익공유제라는 이름으로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었다.

 

동반성장, 상생, 초과이익 공유, 협력이익 공유 등은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같다. 대기업의 이익을 중소기업과 나누라는 것이다. 물론 강압적인 나눔이다. 자발적인 나눔이라면 굳이 법을 만들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처럼 모든 정치세력이 이익공유제를 표방해온 것은 이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는 이 문제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이 잘 드러난다. 20세 이상 성인남녀 및 전문가 1,10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7.3%가 협력이익공유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6.4%에 불과했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이익공유제를 지지하는 것이다. 국민의 생각이 이렇기 때문에 모든 정치세력이 이익공유제를 공약으로 내세운다.

 

문제는 이 지지가 이익공유를 받는 사람, 또는 제3자의 지지라는 것이다. 그 이익을 내놓을 사람이 얼마나 지지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이다. 만약 이익을 내놓은 사람도 흔쾌히 지지한다면 굳이 이런 것들을 법제화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이익공유를 강요하기 위해 또는 이익을 자발적으로 공유하도록 사회적 압박을 가하기 위해 이런 일을 한다고 봐야 한다.

 

이 조사에서 대기업의 58.1%가 이익공유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우리 사회에 확고하게 자리 잡은 이익공유압박 분위기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인의 여론이 이러하고, 정치인들은 여론을 따르기 때문에 이익공유제는 우리 사회, 우리 경제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리고 이익공유제는 시장 기능을 통해서 한국인들에게 오랫동안 해악을 끼치게 될 것이다.

 

3. 시장은 이익을 나누는 장치

이익공유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시장 경제에서 이뤄지는 거래를 강자가 약자를 착취하는 관계로 보는 경향이 있다. 큰 그림을 보면 이것만큼 큰 오해는 없다. 이익을 나누지 않고 제 이속만 챙기는 기업은 시장에서 오래 존속할 수 없다.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제공해야 수입이 생긴다. 좋은 직원을 확보하려면 월급과 성과급으로 이익을 나눠 줘야 한다. 투자자의 이익을 잘 챙겨줘야 양질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대기업과 협력업체 사이의 관계도 그렇다. 좋은 협력업체를 확보하려면 그들이 이익을 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누구도 협력업체가 되려하지 않을 것이다.

 

거래 상대방에게 이익을 주지 못한다면 거래는 성립될 수 없다. 물론 장기거래관계가 형성된 상황에서 기회주의적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지만 이를 일반적 현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불법행위로 다루면 될 일이다. 기업이 시장에서 장기간 존속한다는 것은 소비자, 근로자 그리고 주변 기업 등 거래자들과 이익을 나누고 있다는 말이다.

 

이익을 나눈다는 것은 공통이지만 그 방법은 대상에 따라서 달라진다. 주주에게는 배당, 근로자에게는 연봉과 성과급, 소비자에게는 가격인하 및 세일이 나누는 방법이다.

협력업체와는 더 많은 생산 물량을 발주하는 것이 이익을 나누는 일반적인 방법이다. 다른 납품업체보다 월등히 높은 품질의 부품은 가격도 높이 쳐주게 될 것이다. 협력업체의 이익에 대한 기여를 분명하게 측정할 수 있을 경우에는 근로자와 비슷한 방식의 성과 공유제가 시행될 경우도 있다.

이처럼 협력업체와도 이익을 나누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한편으로는 대기업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면서도 더 많은 다른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협력업체가 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가맹본부의 영업이익률 상황은 시장이 이익을 나누는 장치임을 잘 보여준다.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9.9%였다. 가맹본부에 대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그 전 해에 자료를 발표했다. 2014년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영업이익률은 5.0%였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가맹본부가 가맹점을 착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익률은 오히려 가맹본부보다 가맹점이 거의 두 배나 높다. 가맹점을 확보하기 위한 가맹본부 간의 치열한 경쟁이 가맹점의 이익을 올려줬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대기업 중에는 정말 신의를 저버리고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곳도 있기는 하다. 또 그런 일은 불법행위로 처벌을 하면 된다. 무엇보다도 그런 짓을 일삼는 대기업과는 중소기업들 스스로 거래를 피할 것이다.

 

4. 이익공유제의 효과

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의 돈을 대리점이나 협력업체에게 나눠주는 장치이다. 직접적 효과는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대기업의 이익이 줄어들고 대리점과 협력업체의 이익은 늘어난다. 어차피 돈 많은 대기업이 조금 손해 본 대가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이익을 보게 되니 경제도 좋아진다고 느끼게 된다. 이런 효과를 기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익공유제를 지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단선적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이 제도가 경제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우선 대기업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서 부품을 조달하기 때문에, 국내의 협력업체는 일부에 불과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A 대기업의 경우 국내 협력업체의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협력업체들에게만 이익공유를 할 경우 해외 협력업체들에게는 특혜로 비쳐져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글로벌 대기업은 이익공유에 따른 문제를 줄이기 위해 납품선을 해외로 더 많이 돌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는 아웃소싱을 통해서 조달하던 부품을 자체 계열사에서의 조달로 바꿀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기업으로서는 그렇게 함으로써 국내협력업체 특혜의 소지도 없애고 생산비용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남양유업처럼 사업기반이 주로 국내에만 있는 기업의 경우 납품선의 해외 이전은 해당이 없다. 그러나 이런 기업들도 대리점 시스템 등 아웃소싱을 줄이고 직영체제로 전환하는 움직임은 예외가 아닐 것이다. 직영점 체제로 전환한다면 번거로운 협의절차도 사라지고 이익공유에 따른 비용도 줄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기업에게 이 모든 변화들은 상당한 비용을 초래한다. 이익공유도, 납품선의 이전도, 직영체제의 구축도 모두 비용을 높인다. 이는 경쟁력 하락을 초래하고 해외기업이나 수입품과의 경쟁 열위로 인해 시장 점유율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들의 행동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정부의 개입이 없을 경우 중소기업이 돈을 벌려면 스스로의 노력으로 품질을 높이고 원가를 낮추어야 했다. 그 일에 성공하는 곳은 돈을 벌고 그렇지 못한 곳은 도태되어야 했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 하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품질과 가격으로 발주자인 대기업의 인정을 받기보다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기업인들이 정치에 에너지를 쏟을수록 제품의 품질은 낮아지고 원가는 높아질 것이다. 대기업은 더욱 더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직영체제로 전환할 것이다.

 

진정한 동반성장은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이 힘을 합쳐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그래야 소비가 늘어 매출과 생산이 성장할 수 있다. 강압적인 이익공유제는 우리나라 제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대기업, 중소기업, 소비자 모두 손실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

 

5. 시장의 나눔과 동화적 나눔

시장은 좋은 제품을 낮은 가격으로 만들어 세상과 나눈다. 나눔은 성과에 따르며 생산과 이익에 기여한 만큼 분배한다. 반면 이익공유제는 시장의 나눔을 거부하고 성과와 무관하게 많이 가진 자가 덜 가진 자에게 분배하기를 요구한다. 그럴수록 원가는 오르고 품질은 떨어질 것이며, 생산과 소비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이익공유제가 시대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그 결과로 우리는 일자리 감소, 비싼 가격 등 시장이 되돌려줄 달갑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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