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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국제질서의 변화와 한국 외교의 과제] 통권134호
 
2020-04-24 15:37:34
첨부 : 200424_brief.pdf  
Hansun Brief 통권134호 

김용호 경희대학교 평화복지대학원 특임교수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와 전쟁을 치루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가 지난 311일에 코로나 사태를 Pandemic(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한데 이어, IMF(국제통화기금) 총재가 “IMF 역사상 이처럼 세계경제가 멈춰 서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지적하였다.1) 경제를 포함한 인류사회의 모습이 코로나 이후에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럼 코로나 이후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특히 국제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초강대국 미국의 위상과 파워는 코로나 이후에도 변함없을까? 글로벌 공급체인(global supply chain)이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적 부상은 계속될 것인가? 이번 사태 수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유럽연합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이번 위기를 비교적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만, 홍콩 등이 국제사회에서 도약할 것인가? 이 글의 목적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제질서의 변화를 살핀 후, 이런 변화에 대응하려면 우리나라 외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것이다.2) 물론 이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변화의 양상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고, 또 언제 전염병 사태가 종식되느냐, 또 어느 나라가 최종적으로 대응을 잘 하느냐 등에 따라 이 사태가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것이다. 이런 한계를 염두에 두고 국제사회의 변화양상과 한국 외교의 과제를 논의해보자.

 

1. 국제질서의 변화 양상: 근본적 변화론 vs. 일시적 변화론

 

Foreign Policy 최근호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베를린장벽 붕괴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처럼 세상을 뒤흔드는 사건으로 보았다.3) 이번 사태가 1918-19년 스페인 독감, 1930-40년대 세계 경제대공황, 20019-11 테러 사태보다 세계정치경제에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세계질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다. 이번 사태의 국제적 파장에 관한 견해를 크게 둘로 나누어 볼 수 있는바, “근본적 변화론일시적 변화론이 충돌하고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사례가 중앙일보 고대훈 논설위원의 주장이다. 그는 이번 사태를 서양 우월주의의 종언이라고 주장하며, 그 증거로 패권국가 미국의 사태 수습 실패,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 모델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태리에서 이번 사태로 인한 사망자 속출, 한국?중국?대만의 사태 수습 성공 등을 들고 있다.4) 과연 그럴까?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이러한 분석이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앞으로 한국을 비롯한 동양 3국이 이번 사태로 인한 정치경제사회적인 피해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해결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주장은 조금 성급하고 과도한 것으로 본다.

 

한편 Laurie Garrett(A former senior fellow for global health at the 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은 이번 사태가 세계 자본주의를 극적으로 새로운 단계(A Dramatic New Stage in Global Capitalism)”에 진입시켰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을 비롯한 전 세계에 분산된 상품 생산체계의 취약성을 드러냈기 때문에 앞으로 공급망을 국내로 이전하는 등 새로운 생산체계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와 비슷한 시각에서 Stephen M. Walt 하버드대 교수는 이번 사태 이후 세계는 지금보다 덜 개방적이고, 덜 자유롭고, 덜 번영하게 될 것으로 본다. Kishore Mahbubani(distinguished fellow at the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s Asia Research Institute)는 보다 구체적으로 이번 사태가 미국 중심의 세계화를 중국 중심의 세계화로 전환하는 것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그 이유는 미국인들의 세계화와 세계자유무역에 대한 신뢰가 크게 약화된 반면, 중국은 오히려 지난 수십년간 세계경제에 참여함으로써 경제적 부상에 성공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의 이런 믿음은 중국이 1842년부터 1949년까지 100여년간 세계경제와 단절되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역사적 교훈에서 나온 것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과연 이번 사태로 세계자본주의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자유주의적 국제경제질서가 무너지고, 장차 미국의 시대가 마감하고 중국의 시대가 도래할 것인가? 이러한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G. John Ikenberry는 일시적으로 민족주의, 강대국 경쟁, 전략적 결별(decoupling) 등이 강화되겠지만 1930년대와 1940년대에 있었던 것처럼 이러한 추세를 뒤엎는 개방적이고, 다자주의적 국제협력 체제가 서서히 등장할 것으로 본다. 이번 사태가 아직 진행형이기 때문에 이런 상반된 견해 중에서 누구의 주장이 타당한지는 두고 볼 일이다.

 

2. 코로나 사태에 따른 한국 외교의 과제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유발한 국제질서의 변화 양상으로 다음과 같은 3가지 점을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다자주의를 훼손하는 바람에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도 국제협력이 어려워졌다. 둘째, 최근 미중간의 전략적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었는데, 이번 코로나사태가 양국간의 경쟁을 더욱 심화시켰다. 마지막으로 최근 자유주의 국제경제질서가 후퇴하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가 이런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 우리나라는 이러한 국제환경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첫째, 코로나 사태로 다자주의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지만 우리나라처럼 중견국(Middle Power)은 양자주의에 못지않게 다자주의를 통해 외교적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다자 외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특히 우리나라가 향후 코로나와 유사한 사태에 대비하여 국제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번에 국제사회가 우리나라의 코로나 극복 방안을 비교적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감염병 예방을 위한 글로벌 포럼>을 제창하고 나서면 많은 지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런 포럼을 통해 한국의 방역, 진단, 치료 모델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도록 노력하자. 특히 많은 나라들이 중국의 전체주의적 통제방식보다 우리나라처럼 사회적 거리두기에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비교적 신속하고, 개방적이며 투명한 대응 방식을 선호한다. 또 우리 정부가 글로벌 포럼 외에 코로나 복구를 위한 다자간, 양자간 활동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유엔 코로나19 대응 및 복구 기금에 참여하고, 개도국에 한국의 진단 및 방역 시스템을 무상으로 공여하는 방안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이번 사태로 인해 미중 전략적 경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강대국 정치의 리스크에 대비하는 외교가 필요하다. 미중 전략경쟁시대에 한국이 당면한 딜레마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5)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은 한미동맹을 더욱 견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 외교에 제약요인이 될 것이다. 한편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 경제가 나빠지면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미국이 우리에게 방위비 분담 증액을 비롯하여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트럼프는 과거의 가치 동맹에서 벗어나 이익동맹을 추구하기 때문에 새로운 대미정책이 필요하다. 또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대미외교를 잘 풀어나가야 한다. 미중 전략경쟁시대에 한국의 대외전략의 방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당분간 한미동맹을 튼튼히 하는 가운데 한중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한편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한일관계는 더욱 악화되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일방적인 입국제한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일본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번 사태로 인해 중국을 비롯해 100여개가 넘는 국가가 한국인 입국제한조치를 했는데, 유독 일본에게만 대응조치를 한 것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이제 코로나 사태 이후 한일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우리 외교의 중요한 과제다. 특히 징용공 문제, 일본의 한국상품 수출규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위안부 문제 등으로 한일간의 갈등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 정부가 코로나 사태가 가져올 강대국 정치의 리스크를 포함하여 동북아 질서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한미중일 관계의 장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양자간, 다자간 협력체제를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우리나라가 자유주의 국제경제질서의 후퇴에 대비하여 경제외교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가 수출이나 중국 경제에 의존하는 정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자유주의질서의 후퇴는 매우 심각하다. 네덜란드, 멕시코를 비롯하여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와 연대하여 보호무역주의의 창궐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최근 무력화된 WTO 개혁에도 앞장서야 할 것이다. 또 이번 사태로 인한 글로벌 공급사슬의 변화에 대비하여 우리 기업의 생산기지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외교가 필요하다. 새로운 생산기지 국가를 발굴하고, 우리 기업이 활동하는데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이런 국가와 외교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IT, BT 등이 코로나 사태 수습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이러한 분야의 기술혁신을 위해 서로 경쟁할 것인바, 우리나라가 과학기술외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우리나라가 디지털 무역(digital trade), 국경 간 데이터 이동(cross-border data flows), 사이버 공격(cyber intrusion) 관련 양자간, 다자간 협상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 특히 이번 사태로 인해 디지털경제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각종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이런 경쟁에 앞서나갈 수 있도록 외교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______________________

1)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의 발언

2) 이 글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코로나19, 코로나, 코로나 사태, COVID-19, 팬데믹은 동일한 의미로 사용한다.

3) “How the World Will Look after the Coronavirus Pandemic?" Foreign Policy, March 20, 2020.

4) 고대훈, “중앙시평, 서양 우월주의의 종언?” 중앙일보, 202043일자, 31.

5) 진창수, “코로나19 사태와 한중, 한일관계의 전략적 모색,” 세종연구소, 정세와 정책, 202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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