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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규제 3법은 ‘기업 골탕 먹일 법’ 맞다
 
2020-10-07 13:31:47

◆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경총을 방문해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통합감독법 등 이른바 규제 3법은 “기업들의 건강성을 높여드리기 위한 것이지 기업들을 골탕 먹이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말씀을 분명히 드립니다”라고 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이 기업들을 대변해 “기업 경영과 투자 활동에 제약을 가하고 부담을 늘리는 법안이 많이 제출돼 있어 경제계로서는 걱정이 크다”고 호소한 데 대한 답변이다. 언론들은 ‘이로써 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 내 규제 3법의 처리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들 법률이 기업들을 골탕 먹이는 법률 맞다고 본다. 다만, 그 기업이란 이른바 4대 재벌 기업이 아닌 상장 중소기업들이다. 상법 개정안의 특징은 펀드보호법이다. ‘이중대표소송’을 보자. 증권시장에서 주식 1%를 취득한 펀드는 3일 후 바로 기업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 또는 이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대기업의 경우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다. 일단 소의 요건인 지분 1% 취득 자체가 어렵다. 시가총액 400조 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1% 취득하려면 4조 원이 필요하다. 대기업을 상대로 패소할 경우 막대한 소송 비용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국내 사모펀드가 코스닥 상장기업 주식 1%를 취득하는 건 아주 쉽다. 시총 200억 원 규모인 자동차 부품업체 Y금속의 주식 1%는 겨우 2억 원이다. 시총 1조5000억 원 규모 K사의 경우라도 150억 원만 가지면 충분하다. 자연히 알짜 강소기업이 타깃이 된다.

대기업은 소송당할 일조차 거의 없다. 범법행위 자체가 불가능한 시스템을 운영할 뿐 아니라, 변호사로 구성된 법무팀을 두어 기업 임직원들에게 준법(compliance) 교육을 철저히 시킨다. 중소기업은 변호사 한 명 두기도 어렵다. 그만큼 펀드의 공격에 취약하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도 마찬가지다. 몇몇 펀드가 연합한다고 하더라도 소액주주가 많은 대기업에 감사위원 한 명 보내기 쉽지 않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는 펀드 2∼3개만 연합하면 너무나 쉽게 그들의 대표를 감사위원회, 나아가 이사회에 심을 수 있다. 고도의 재무 및 법률 지식으로 무장된 펀드 대표가 이사회에 참석해 기술밖에 모르는 순진한 대표이사와 이사들을 겁박하기 시작하면 기업들은 매일이 악몽 같은 날이 될 것이다. 상법 개정안은 정치인들이 질시(嫉視)하는 이른바 재벌 대기업을 건드리지는 못하고 시가총액 수십조 원 이하의 상장기업만을 펀드의 제물이 되게 만들 것이다.

또, 공정거래법은 끊임없이 기업을 괴롭히고 성장을 방해하는 법률이다. 시달릴 대로 시달려 온 대기업 그룹들은 이미 대규모 사내 공정거래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규모가 고만고만한 중소기업은 공정거래 대응팀까지 꾸릴 처지가 못 된다. 카카오 그룹은 계열사가 101개나 된다. 그러니 카카오의 이사회 김범수 의장은 계열사들 이름을 다 기억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직원이 실수로 그 계열사 몇 개 신고를 빠뜨렸다고 해서 공정위가 김 의장을 고발했다. 김 의장은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를 선고받는 고역을 치렀다. 한국은 이런 나라다. 그런다고 카카오가 망할 리 없건만, 앞서 달려가는 김 의장에게 태클을 걸어 엎어지게 하는 것이다. 재계 23위 기업그룹의 의장이 이렇게 당하는데 그보다 작은 상장기업은 얼마나 당할 것인가. 규제 3법은 기업 골탕 먹이는 법률 맞다. 그것도 재벌이 아닌 중소 상장기업과 기업인을 골탕 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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