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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ILO 비준案 내용도 시기도 문제 많다
 
2020-07-09 15:10:49

◆ 한반도선진화재단 고용노동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인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칼럼입니다.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 전시(戰時) 상황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 중 미비준한 결사의 자유(제87호, 98호) 및 강제근로(29호) 관련 3개 협약을 심의, 의결했다. 그리고 4·15 총선을 통해 거대 여당으로 출범한 제21대 국회에 곧장 제출했다. 관련 노동 관계법 및 병역법 개정안은 그전에 국회에 이미 계류 중이다.

신속한 조치에 관해 정부는, ‘K방역’으로 높아진 국격(國格)을 노동권 분야에서 드높이고,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분쟁 리스크 해소 등을 통한 국익(國益)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고 한다. 이번 법안은 지난해 10월 제20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선 입법 후 비준, 선 비준 후 입법, 동시 추진 등으로 갑론을박이 예상됐지만, 여야의 동상이몽으로 논의도 없이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그때는 ILO 출범 100주년을 기념해 정부가 협약안을 비준한 후, 대통령의 ILO총회 최초 기조연설을 추진하기도 했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를 ‘경제 전시 상태’로 판단, 한국판 뉴딜정책을 통한 고용 유지 등 실업 구제, 민생 회복, 국민 통합을 위한 전 국민 고용보험제 실시 및 국민 취업 지원제의 도입 운용, 3차 추경안의 신속한 국회 통과 등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경제·사회의 시끄럽고 복잡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특히, 현 정부가 집권과 함께 추진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정책의 여파가 거세게 몰아쳤다. 주 52시간 근로제의 획일적 시행, 자영업자와 영세기업을 아연케 한 최저임금 1만 원을 향한 과속 질주, 그리고 대표적 공공기관인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원 1900명의 정규직화로 인한 ‘공정(公正)’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와중에 국회에서 처리할 이번 정부 제출 법안이 입법될 경우 ‘해고자’도 ‘실업자’도 개별 기업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되고, 초중등 교원노동조합 조합원이 될 수 있게 된다. 또한, 소방공무원과 행정고시에 합격한 행정사무관(5급)도 공무원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된다. 이 영향은 노동 관계법의 규제 패러다임을 사실상 해체해 노사관계를 더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재편할 것이다.

ILO협약 비준안은 모든 사람에게 단결권을 보장한다. 독일도 ‘모든 사람’ ‘모든 직업’이 단결권을 가진다.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 헌법은 ‘모든 사람’이 아닌 ‘근로자’에게만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있다. 협약 비준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국내법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우리 헌법과의 상치 문제가 있다. 그런데도 구체적인 법률 개정안을 처리하려고 한다. 비준 이유였던 한·EU FTA의 무역 분쟁 처리절차는 패널 심리 중 코로나 사태로 중단된 상태다.

이번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국민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상생의 노사관계 질서로 재편해야 한다. 또, 노사정 모두가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노동 관계법 전반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거쳐 합의해야 한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여야가 국민적 합의 절차(공감대)로 신중하게 입법 결단을 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의 국회 처리는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 모두가 나서서 국난을 극복하고 경제가 안정된 이후에 처리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도 후폭풍 없이 연착륙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와 노사정 모두의 휴식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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