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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물에 빠진 대한항공 보따리 뺏으려는 서울시
 
2020-06-17 10:11:12

◆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서울시의 사기업 땅 취득 작전이 성공해가는 듯하다. 대한항공의 종로구 송현동 땅 입찰에 아무도 예비입찰의향서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도심공원 조성 계획이 착착 차질 없이 진행되게 생겼다. 이미 서울시 공공개발기획단은 송현동 땅을 문화공원으로 변경하기 위한 '북촌지구단위 계획 변경안'을 공고했다. 지난 5일부터 오는 19일까지 2주 동안 주민들이 공고문을 열람할 수 있다. 열람 결과는 보나마나 뻔하다. 바로 옆에 경복궁이 있는데 도심공원까지 생겨 이곳은 근처에서 가장 쾌적한 주거 환경이 된다. 안 그래도 비싼 주변 부동산값이 천장을 모르고 뛴다. 집값이 오르고 주거 환경이 좋아지는데 굳이 반대할 주민이 어디 있겠나.



대한항공이 이 땅을 처분하고자 하는 이유는 긴급경영자금 수혈을 위한 자구계획을 이행하려는 것이다. 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자금을 수혈했다.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운송 사업을 담당하는 이 회사에 대한 정부 지원은 불가피했다. 미국 정부는 항공사 지원에 580억달러(약 71조44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독일은 국적항공사 루프트한자에 대한 금융 지원을 아예 무한대(unlimited)로 설정했다.


파격적인 지원에 호응해 대한항공도 구조조정과 고용 유지 등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마련했다. 우선 채권단의 요구대로 2021년 말까지 2조원대의 자본금을 확충해야 한다. 이에 따라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 등을 추진했다. 외국인 조종사 전원은 지난 4월부터 3개월째 일을 쉬고 있다. 무급휴직을 7월까지로 정했기 때문이다. 오는 8월이 돼도 복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회사는 만 2년 이상 근무한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1년까지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미 전체 인력의 70%에 대해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임원 월급 반납도 최대 50%에서 최소 30%까지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제선 110개 중 25개 노선에서 주 115편의 비행기만 띄우고 있다. 이달 국제선 예약률은 32%에 그친다.



생사기로에 선 기업이 있는 재산 내다 팔겠다고 나섰는데 서울시가 '땅값 후려치기'를 한다는 말이 진작에 나왔다. 시가 5000억~1조원인 땅을 감정가 4671억원에 사겠다고 한다. 종로구 재정 규모는 연간 총예산 6000억원이고, 서울시 도시공원 보상 사업 예산은 올해 5070억원이다. 올해 서울시 공원 예산을 다 부어야 이 땅을 산다. 그럴 수는 없어서 서울시는 땅값을 2022년까지 나눠주겠다고 한다. 결국은 대한항공의 자구계획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게 생겼다. 대한항공 근로자들도 회사 복귀가 기약 없이 늦어져 해고되지 않을까 불안에 떤다.


도시계획이 확정되면 다른 데 팔 수 없다. 감정인의 감정 결과를 근거로 매긴 보상액에 불만이 있어도 항의해봐야 소용없다. 결국 토지수용위원회로 넘어가는데 이 위원회는 대체로 감정가를 고수한다. 법원에 가봐도 결론은 요지부동이다. 국가가 개인의 재산을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몰수하는 것이 바로 '수용(收用)'이다. 명분은 언제나 '공공복리'이고, 본질은 소수에게서 재산을 빼앗아 여러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다. 그러니 개발 정책은 정치인이 벌이는 고도의 득표 전략으로 기획된 것이 아닌가 흔히 의심되기도 한다.


이미 서울시는 남대문 SG타워 건립 허가 조건으로 SG타워 앞 약 1580㎡를 문화공원으로 기부채납받은 바 있다. 이 사업은 왜 시행하지 않나. 이주민 대책 없이 밀어붙이는 성동구 성수동 레미콘공장 공원화 계획은 어떻게 돼가는가. 코로나19로 난리통인 지금이 공원을 만들 때인가. 물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기는커녕 들고 있던 보따리를 강탈하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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