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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무너져 내리고 양심이 잊혀진 대한민국
 
2020-06-16 10:26:36

◆ 임기철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특임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기술혁신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개방 넘어 공동으로 혁신 창출 전략이 새로운 조류

낡은 껍질속에 사는 유독 정치인들만 판을 읽지 못해

정의롭지 못한 행태들은 어두운 정치산업 민낯 드러낸 상징


4?15 총선이 끝난 지 두 달이 지났고 21대 국회도 개원했다. 의원들은 저마다 의욕에 부풀어 있을지언정 그 면면이 국민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게다가 기업 생태계의 승자독식 구조를 야멸치게 비난하던 자들이 상임위 자리를 놓고 난투하는 행태는 가히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한국의 현재 정치 상황에서 더 이상 국가의 미래를 제대로 이끌 지도자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절망감도 여기에 한 몫 보탠다.


정치란 모름지기 다종다양한 이해 관계자들 사이의 타협을 통해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추구하는 행위로 치부된다. 하지만 이 땅에서 정치는 그저 하나의 쇠락해가는 산업일 따름이라는 게 안타깝다. 정치가 국민의 삶을 보듬기보다 특정 세력의 이익 창출을 위한 산업화로 치닫고 있다. 산업 중에서도 기본적인 상(商)도덕마저 내팽개치는 몰염치배들의 장터로 추락했다. 기업들 사이에도 협업문화가 싹트고 있는 요즈음이지만 여의도 정치산업에서는 협치란 요원하며 구호와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다투는 기업들에게도 오픈 이노베이션은 이제 철 지난 개념이 되었다. 개방을 넘어 공동으로 혁신을 창출(Co-creation)하겠다는 전략이 새로운 조류로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인데 유독 정치인들만 판을 읽지 못하는 것일까? ‘포스트 코로나’로 세상은 새로운 질서를 찾아 나아가는 형국임에도 여의도는 20세기 낡은 껍질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기업 생태계에 빗대어 볼 때 한국 정치산업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이고 과연 있기나 한 것인가? 굳이 국제정치판에서 글로벌 경쟁력은 필요치 않을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오히려 청와대와 눈먼 지지 세력들에게 돋보일 수 있는 투쟁력 과시가 필수라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다면 정산인(政産人)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정치적 셈법에만 능한 정산인(政算人)이 적지 않다. 이른바 정치 지도자들은 그래야만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음을 학습으로 터득해왔다. 이러한 관행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까지 여기고 있으니 실로 부끄러운 유산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정치산업은 그 시장의 성격이 독특하다.


정상적인 산업일 경우엔 연구개발을 통한 신제품 출시에 앞서 소비자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게 순서인 반면, 정치산업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구조화시켜 놓는 게 먼저다. 프레임에 구조화된 정치 소비자들은 선택의 자유보다는 선전과 선동에 능한 대리인들이 골라주는 제품에 팬덤 취향으로 열광하는 데 익숙하다.


전략가들이 공동의 적(敵)을 지목하고 분노라는 먹이와 프레임만 잘 짜두면 영혼을 빼앗긴 소비자들의 표는 무작정 몰려드는 것이다. ‘가두리 양식장이 따로 없는 표 쏠림의 현장인 셈이다’라고 한다면 폄훼의 정도가 너무 심한가? 자유 시민으로서 상식을 쌓을 뇌와 양심이 담긴 가슴을 잃어버린 건지 빼앗긴 건지 모를 무작정 지지자들로 볼 수밖에 없다. 30여 년간의 전교조 교육으로 청장년 세대의 생각이 달라진 것인지 아니면 시대가 바뀌었는데 그 정신을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이 시대, 국가의 미래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사회 철학이 어른거리는 이유 중의 하나다.


정치산업에도 공동정범의 역할을 하는 협력업체들이 반드시 존재한다.


‘정의기억연대’라는 고상하고 품격 있는 낱말들로 짜 맞춘 정치 협력업체의 정의롭지 못한 행태들은 우리 사회 어두운 정치산업의 민낯을 드러낸 상징이다. 무겁고 숭엄해야 할 역사와 감동적인 의미들이 저잣거리에 나뒹구는 낙엽처럼 짓밟혔다. 정치산업 현장을 더럽히다가 4년 뒤에 씁쓸히 퇴장해야 할 자들은 퇴출을 앞둔 좀비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나 가능한 여의도’로 희화화되었다고나 할까. 언론과 여론조사업체들 역시 정치산업을 한몫 거들다가 급기야 전리품을 챙기고자 조연을 자처하고 나선 협력업체의 범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들이 유착하면서 통계의 왜곡은 물론 오독과 곡해로 분탕질을 치며 정치산업의 가치사슬을 오염시킨다. 데이터 경제 시대에 정책 발굴의 원천이어야 할 각종 지표와 수치들은 팩트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법이 무너져 내리고 양심이 잊혀진 오늘의 대한민국. 적어도 한 시대의 양심이고 역사의 증인이어야 할 언론마저도 상당 부분 무력화된 지금. 말로만 정의를 부르짖지만 실체를 찾아볼 수 없는 까닭에 포장된 정의가 사회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을까 두려워진다. 무법자들의 거침없는 횡포와 몰염치를 눈뜨고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현실에 숨이 막히지만 스스로 무기력함만 탓할 수밖에 없는가.


세상을 다 갖고 영원히 살 것 같은 기세들이 ‘공수처 출범’이라는 돛을 달고 몰려오는 보훈의 달, 6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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