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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방역 프리미엄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2020-05-21 13:57:20

◆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의 칼럼입니다.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이 세계의 본보기로 떠올랐다. 온 국민을 아우르는 건강보험, 의료진과 공직자의 헌신, 성숙한 시민의식이 그 밑바탕이다. 사스와 메르스 등을 겪으며 쌓은 내공과 미세먼지 악화에 따른 마스크 착용 친숙감도 한몫했다. 각국의 방역에 큰 차이가 난 까닭을 놓고 미국의 한 전문가는 “전투를 치러본 사병이 도상연습만 한 장군보다 실전에선 더 낫다”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일각에선 코로나19로 국격이 올라갔다고 자부한다. ‘코리아 프리미엄’이 생겼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정말 그렇게 돼야 한다. 이런 찬사가 반짝 현상에 그치지 않으려면 곳곳에 도사린 ‘코리아 디스카운트’부터 없애야 한다. 그저 1인당 마스크 생산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고, 마스크 쓰기가 정착됐기에 방역에 성공한 것이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씁쓸한 기억이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대회 때 붉은악마의 거리 응원은 지구촌을 놀라게 했다. 운집한 군중의 규모도 대단했지만, 응원 뒤 주변을 말끔히 청소하는 공중도덕이 더 돋보였다. 당시 필자는 우리도 곧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리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20년 가까이 흘렀건만 아직 기초생활질서는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몇 가지 예를 들자. 필자는 가끔 광역버스를 탄다. 그런데 비행기나 열차와 달리 앞좌석 뒤편에 주머니가 없어 불편하다. 휴대전화나 책, 접이식 우산 등을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다. 버스가 출고될 때 붙어 있었던 좌석 주머니를 나중에 뜯어낸 흔적이 뚜렷하다. 승객들이 좌석 주머니에 버리는 쓰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좌석 주머니에서 쓰레기를 모아 버리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가장 손쉬운 방안을 택한 셈이다.

주말 영동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와 달리 버스전용차로가 한산하다. 반면에 나머지 차로들은 꽤 붐빈다.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차가 밀리는데도 1차로를 놀리는 이유가 뭘까. 4~5명이 함께 탄 승용차도 1차로 이용을 허용하면 체증이 덜할 텐데. ‘카풀 차’를 식별할 기술이 없어서 그런가. 그렇다면 차 유리창을 새까맣게 칠하는 관행이 문제 아닌가. 지금도 승합차는 6명 이상이 타야 1차로에 진입할 수 있지만, 밖에서 차 안이 보이지 않도록 짙게 선팅한 차에 한둘만 타고도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얌체족이 숱하다. 허용치를 뛰어넘는 불법 선팅을 강력히 단속하고 전용차로 범칙금도 선진국 수준으로 몇 배는 높여야 하지 않을까.

가장 홀대받는 도로교통법규 중 하나는 ‘일시 정지’일 테다. 대다수 운전자가 과속이나 신호 위반엔 신경을 쓰지만, ‘일시 정지’에 관한 인식은 희박하다. ‘일시 정지’ 표지판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 대신 여기저기 신호등을 잔뜩 설치해 놓았다. 우리처럼 신호등과 과속 방지턱, 단속 카메라가 많은 나라도 없다. 그만큼 나랏돈도 많이 쓴다. 그런데도 아직 교통사고 후진국 오명은 벗지 못했다. 미국 등에선 ‘일시 정지(STOP)’가 정착돼 한적한 교차로나 삼거리에는 신호등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교통사고가 거의 나지 않는다. 먼저 멈춘 차가 교차로에 우선 진입한다. 대기 차량이 많으면 한 대씩 차례로 교행하고, 운전자끼리 손짓으로 순서를 정하기도 한다. 최근 이른바 ‘민식이법’으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 감시 카메라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일시 정지’부터 확실히 실천됐으면 한다.

스크린 골프 붐에 힘입어 대중화에 성공한 골프는 또 어떤가. 한 해 600만명 넘게 골프장을 찾을 만큼 양적으론 성장했지만, 예의범절은 제자리걸음이다. 티잉 그라운드엔 부러진 티들이 널렸고, 벙커엔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으며, 그린에는 공에 맞아 생긴 흠집(디벗)이 수두룩하다. 골퍼 스스로 티를 수거하고, 발자국과 흠집을 정리하는 책무를 팽개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그린의 흠집만 보수하는 인부가 따로 있겠나. 목욕탕에는 실내화를 정리하는 사람마저 두고 있다. 각자 자기 실내화를 정돈하면 될 일 아닌가. 골프 예절만 확립돼도 불필요한 인건비를 절감해 골프장 이용료를 낮출 수 있다.

공중도덕은 변곡점을 넘어서면 상승작용을 거쳐 새로운 균형점으로 치닫는 속성을 지닌다. 그러므로 흐름의 기세가 중요하다. 이참에 모범 방역의 기세를 착실히 이어가 기초생활질서가 확립된 문명사회로 진입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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