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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美, ‘中 패권 도전 불용’ 與野 한목소리… 불가역적 ‘對中 봉쇄’ 추진
 
2020-05-20 14:48:31

◆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담당대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대외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美-中 갈등 격화, 왜

시진핑 패권 노골화 따른 트럼프 강력 대응에 朝野·여론 뒷받침… 경제전쟁 넘어 국제사회 고립화 목적
미·중 디커플링 본격화 땐 전 세계 중립 없는 선택 요구 받을 것… ‘양다리 외교’ 한국도 딜레마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을 계기로 미·중 디커플링을 포함한 양국 갈등 격화의 이유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현재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거나 중국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등의 경제전쟁에 그치지 않고,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고립화함으로써 1970년대 이후 발전돼 온 양국 관계를 근본적으로 해체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미국 조야(朝野)의 합치된 입장과 광범위한 여론의 지지를 토대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배제, 혹은 대중 봉쇄 전략은 불가역적 흐름을 맞는 상황이다.

◇대결과 협력의 변천사

최근 워싱턴 정가의 핵심 화두로 급부상한 미·중 디커플링은 중세시대의 교회가 중죄인을 인간세계에서 파문했듯이 중국을 글로벌 시장경제체제에서 축출하려는 것을 본질로 한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배제하는 미국, 일본, 유럽 중심의 배타적 경제블록인 ‘ 경제번영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 창설을 검토 중이라는 외신보도도 있었다. 만일 이것이 현실화한다면 이는 1990년대 들어 본격화한 ‘세계화’의 종언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이는 또한 과거 냉전 시대에 조지 케넌이 창안했던 대공산권 봉쇄정책(containment policy)에 버금가는 대중국 봉쇄정책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대중국 강경 기조는 갑작스러운 ‘트럼프 현상’이 아니라 과거 70년에 걸친 양국 간 애증 관계의 소산이다. 중국 공산당이 1949년 중국 본토를 석권한 이래 미·중 관계는 약 20년 간격으로 큰 변화를 겪어왔다. 중국은 1950년 6·25전쟁에 파병해 미국과 교전한 이래 약 20년간 미국의 혹독한 제재를 받아 국제사회에의 접근이 봉쇄됐다. 그러던 중 1969년 공산주의 종주국인 소련과 중국 사이에 무력충돌이 발생하자, 미국은 중국과의 20년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소련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설정해 20년간 유지했다. 전형적인 이이제이(以夷制夷) 정책이었다. 그 기간에 미·중 수교(1979)가 이뤄졌고,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한 개혁·개방(1978)도 시작됐다.

1991년 러시아(구소련)와의 냉전체제 종식 후 미국은 중국의 시장경제화를 지원함으로써 체제 변화를 유도하려는 정책을 채택해 약 20년간 지속했다. 이 기간에 중국은 숙원이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2001)을 실현했고, 미국이 창설한 세계화와 자유무역 덕분에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중국은 2010년엔 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됐다.

◇中의 패권도전과 美의 새 흐름

그러나 중국이 경제성장을 이루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변모하고 민주화도 진전되리라는 미국의 예측은 빗나갔고, 오히려 정반대 현상이 초래됐다. 중국은 국력이 팽창할수록 영토적 야심을 노골화하면서 주변국들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확대해 나갔다. 2013년 ‘중화주의 부활’을 기치로 내건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출범한 후 중국의 패권주의적 행태는 더욱 가속화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를 방치했지만, 2017년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국 유화정책의 실패를 선언하고 중국에 대한 노골적 견제와 압박을 개시했다.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는 최근 CNN 인터뷰에서 미국의 이런 움직임을 ‘냉전 1.5’라고 평가했다.

이미 40년 전에 그런 위험성을 예견했던 중국의 덩샤오핑은 ‘칼을 칼집에 넣어 검광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정책을 줄곧 고수했고, 후계자들에게도 중국이 충분히 강해질 때까지 100년간 그 기조를 유지하라는 교시를 남겼다. 그러나 비약적 경제성장으로 국력이 팽창되자 장쩌민(江澤民) 주석은 1997년 ‘대국으로서 필요한 일은 한다’는 의미의 유소작위(有所作爲)로 정책 기조를 바꾸더니, 곧이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시대에는 ‘평화롭게 우뚝 선다’는 화평굴기(和平굴起)를 내세웠다. 2013년 시진핑 시대 들어서는 ‘신형대국관계’를 주장하면서 미국에 대한 패권 도전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미국이 중국을 강력히 견제해 패권도전을 꿈도 꾸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 조야는 합치된 입장을 보인다. 특히 시진핑 체제 이래 미국민의 대중국 거부감은 급격히 커졌다. 그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무역전쟁에 대해 공화당과 민주당은 물론 언론과 여론도 큰 이견이 없다. 이는 이미 미국 정치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어서 올해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대중국 정책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중 봉쇄’ 전략의 파괴력

중국은 미국의 움직임에 크게 반발하고 있으나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마땅한 대응수단이 부족한 상황이다. 만일 미국이 국내 여론의 지지와 코로나19 사태에 편승해 자국 기업의 큰 손실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미·중 디커플링을 강행한다면 그건 중국에는 악몽이 될 것이다. 이미 고도로 자본주의화한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가 세계 시장경제체제와 격리된 채 독자 생존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미국에 대한 패권 도전은커녕 중국 경제의 총체적 몰락까지 각오해야 할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2022년 10월 당대회의 ‘국가주석 3연임’ 여부 결정을 앞둔 시진핑으로서는 재앙적인 도전이다.

중국은 미·중 디커플링이 초래할 최악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이미 1950년부터 미국 대적성국교역법(Trading with Enemy Act)에 따라 20여 년간 세계 시장경제체제에의 접근을 거부당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와중에 탄생한 이 법은 미국 정부가 ‘적국’으로 지정한 국가와의 무역거래 및 투자를 금지하고 미국 은행 시스템에 포착되는 그 나라의 모든 자산을 동결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의 제재대상국과 거래하는 제3국도 제재 대상이 된다. 이 법은 냉전 시대 내내 공산국가의 경제활동을 졸라맸고 냉전 종식 이후에도 상당 기간 북한·베트남·쿠바의 경제를 세계 최빈국 수준으로 황폐화하게 했다.

◇미국의 밀어붙이기와 한국의 선택

미국의 대중국 경제 압박은 명백히 중국 경제의 몰락 또는 대폭적 후퇴를 겨냥하고 있다. 중국 배제 혹은 대중 봉쇄는 중국이 자신의 패권 도전이 도저히 불가능한 수준으로 몰락할 때까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으로서는 지난 20년간의 대중국 유화정책이 실패했음이 입증됐고 중국의 강력한 패권도전 의지가 확인된 만큼 다시 빌 클린턴 행정부나 오바마 행정부 시대의 유화정책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더욱이 미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에 비해 도덕적 우위성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유럽 동맹국들의 동참 의지까지 확보하고 있다.

미·중 관계의 악화는 특히 중국과 인접한 국가에 커다란 잠재적 위험요소다. 미국의 중국 배제 세계 전략이 급류를 탈 경우 동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의 많은 국가는 미국과 중국 양측으로부터 중립이 허용되지 않는 선택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아마도 일본,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인도 등은 미국 편에 설 것이고 북한, 러시아, 파키스탄은 중국 편에 설 가능성이 크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며 미·중 사이에서 양다리 외교를 하는 한국은 매우 어려운 선택의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북핵대사·외교부 차관보


■ 세줄 요약

미·중의 대결과 협력 : 미국의 대중 강경 기조는 과거 70년에 걸친 양국 간 애증 관계의 소산. 1949년 중국 공산당의 대륙 석권 이래 미·중 관계는 약 20년 간격으로 큰 변화를 겪어옴. 최근엔 중국 패권주의가 가속화하면서 미국의 최대 압박이 본격화하게 된 것.

중국 도전과 미국 응전 : 2013년 시진핑 시대 들어 중국의 미국에 대한 패권도전 의지가 공개적으로 천명됨. 미국의 조야는 중국이 패권도전을 꿈도 꾸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 올해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이런 대중 정책 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

美 몰아붙이기와 한국의 선택 : 미국의 대중 압박은 중국 경제의 몰락까지도 겨냥. 미국이 클린턴·오바마 당시의 유화정책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음. 이는 아시아 각국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음. 이는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에 딜레마임.


■ 용어 설명

‘경제번영네트워크’는 중국 고립화를 목표로 미국이 구상 중인 아시아권 중심의 친미 경제블록. 중국에 의존하는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함으로써 대중 봉쇄를 실행하겠다는 세계경영 전략을 담고 있음.

‘냉전 1.5’란 과거 미·소 냉전에 버금가는 미·중 대립 상황을 일컫는 말.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40년간의 국제협력 관계가 끝나고 새로운 냉전 대결구도, ‘냉전 1.5’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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