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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반헌법적 전체주의의 불길한 그림자
 
2020-04-09 14:08:36
◆김종민 법무법인(유한) 동인 변호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법개혁연구회 회장 · 프랑스연구포럼 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전자팔찌', 유럽에서는 '주거교도소' 개념의 구금 대체 처분

목적이 순수해도 기본권 침해하는 전례를 만들면 위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불편한 것...편하고 쉬운 절차에 환호할 때 '전체주의' 시작돼


정부가 자가격리를 지키지 않은 이탈자 방지를 위해 전자팔찌 부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모든 입국자에 대해 자가격리를 의무화 하고 자가격리앱을 설치해야만 입국이 가능하도록 했으나 2020년 4월 6일 현재 해외입국자를 포함 46만 566명의 자가격리자 중 75명의 자가격리 위반 사례가 적발되어 감염예방을 철저히 할 목적으로 전원 전자팔찌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하고 정부가 이를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전 국민이 합심하여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개인적인 희생을 감수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일부 무책임한 사람들이 자가격리 수칙을 위반한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논의 중인 전자팔찌 의무착용 방안이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해외입국자의 경우 본인의 동의를 받아 전자팔찌를 착용하도록 하고 만약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입국을 불허한다고 하는데 사실상 강제적인 전자팔찌 부착 처분이다.


전자팔찌와 같은 전자감시처분은 유럽에서는‘주거교도소’라는 개념으로 구금을 대체하는 구금대체처분으로 인식된다. 감염방지를 목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강제구금 대체 처분이 전자팔찌 의무착용의 본질인 것이다. 전염병 예방과 감염방지를 위해 긴급하고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면 전자팔찌 의무착용을 정책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헌법상 개인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침해가 수반되기 때문에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야 하고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도록 추구하는 목적과 그로 인해 침해되는 개인의 자유가 균형을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


  

2008년부터 시행중인 성폭력 사범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 처분도‘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고 보호관찰소의 부착명령 청구 전 조사, 검사의 부착명령청구, 법원의 부착명령과 같은 엄격한 절차를 거친다. 그런데 유사한 개인의 기본권 침해를 수반하는 전자팔찌 의무착용을 추진하면서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당사자의 동의만으로 사실상 강제한다는 것은 우리 법 체계 상 허용되지 않는 방안이다.


정부 일각의 이런 발상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무리 목적이 순수하더라도 이것이 선례가 되면 필요성을 이유로 국가가 헌법에 위반하여 적법 절차 없이 언제든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적 재난상황이라 해도 헌법과 법률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고 결코 그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대재앙을 맞고 있는 이탈리아와 미국, 프랑스 등에서 감염방지를 위해 전자장치 부착을 의무화 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전자팔찌 부착 방침에 찬성하는 듯 하고 이런 비상시국에 인권을 따질 때가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전체주의로 가는 길은 의외로 선의로 포장되어 있을 수 있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작은 것이라도 한번 선례가 되면 점점 더 크고 위험한 반헌법적, 반법치주의적 국가통제가 부메랑처럼 돌아와 우리의 목을 조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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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다. 빈대 한 마리도 없는 것이 최상이겠지만 그런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불편한 것이다. 집권자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고 절차도 복잡하며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러나 그것이 민주주의의 불가피한 속성이다. 당장의 필요를 위해 헌법상의 기본권 보호와 법치주의의 근본 틀을 깨자는 발상은 너무나 위험하다. 어리석은 군중들이 멋 모르고 환호할 때 전체주의의 불길한 그림자가 서서히 우리에게 닥쳐오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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