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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모든 길은 검찰로 통하지 않는다
 
2020-03-12 14:21:43
◆김종민 법무법인(유한) 동인 변호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법개혁연구회 회장 · 프랑스연구포럼 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직접 수사 축소' 강조한 정부...신천지 사태는 '직접 수사' 압박

모든 문제를 검찰에 넘겨온 정치권 관행...'무소불위' 검찰 낳는 아이러니

'형사처벌 만능주의' 부작용 훨씬 커...절제된 수사권 행사해야


신천지 교단에 대한 검찰 강제수사 여부를 놓고 벌어졌던 법무부와 대검 사이의 논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행정조사에 대검이 디지털포렌식팀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일단 마무리 되었지만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다. 과연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검찰개혁의 방향이 무엇인지 오락가락 한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추미애 장관 취임 직후 직접수사를 축소하고 형사부와 공판부를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현 정권 실세 수사에 관여한 검찰간부를 인사조치하고 직접 수사부서를 대폭 폐지했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신천지 교단 수사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던 검찰을 압박하며 법무부가 압수수색을 직접 지시하고 나섰던 것은 모순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정치, 경제, 사회적인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권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고 검찰의 존립 기반도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모든 문제를 검찰 수사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한지, 형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검찰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고소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고소사건이 폭주하는 것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사회의 건강한 자정기능이 고장났다는 증거이고 국가의 분쟁해결 절차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무소불위의 검찰을 만들어 주는 것도 모든 문제를 검찰을 통해 해결하려는 세태가 빚어낸 역설이다.


검찰 수사는 절제하고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적 병리현상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와 같은 역할을 하여야 한다. 대증요법적인 접근을 지양하고 근원적인 진단과 처방을 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사가 되어야 한다. 수사의 배경과 목표를 항상 고려해야 하고 실적 위주의 수사는 금물이다. 검찰의 수사권은 장군의 칼과 같이, 자주 사용하기보다 존재 그 자체로서 예방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직부패나 대형경제범죄 수사 등 거악을 척결할 수 있는 수사에만 검찰수사권이 발동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기업수사는 특히 신중해야 한다. 검찰 소환이나 압수수색 사실만 알려져도 기업신인도에 타격을 입고 나중에 무혐의 또는 무죄로 판명 나더라도 사업이나 금융거래에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벌은 최후의 수단(ultima ratio) 이어야 한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된‘타다’논란에서 볼 수 있듯 형사처벌 만능주의는 부작용이 훨씬 크다. 일본 다나카 총리를 구속했던 록히드 사건의 주임검사 요시나가 유스케 전 일본 검사총장이“검찰은 오물이 고여 있는 도랑을 청소할 뿐 그곳에 맑은 물을 흐르게 할 수는 없다”고 검찰의 자기통제를 강조한 것은 깊이 새겨야 할 부분이다. 검사의 사명감이 지나치면 공명심이 되고 결과지상주의에 빠져 무리한 수사가 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략의 핵심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선택하는 것이다. 검찰은 반드시 직접 수사하지 않으면 안 될 사건에 한해 절제된 수사권을 행사해야 하고, 국민들도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검찰이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관행과 단절할 때가 되었다. 모든 길은 검찰로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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