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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국경봉쇄의 딜레마
 
2020-02-25 14:13:43

◆ 조영기 국민대학교 초빙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책의 플랜 B가 필요하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급기야 대유행의 전조를 보이고 있다. 의사협회 등 전문가 집단이 오염원 유입 차단을 위해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음에도 전문가 의견은 철저히 무시된 결과다. 물론 정부ㆍ여당은 대외경제 등을 고려한 종합적 판단이라 강변해왔다. 오히려 정부ㆍ여당은 코로나19의 확산 추세가 잠시 주춤해지자 일상생활 복귀를 독려하는 '지식 없는 정치'를 펼쳤다.


지식 없는 정치는 신천지라는 한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한 대유행의 전조로 수명을 다했다. 대유행 차단의 기본은 외부 오염원 유입의 적극 차단과 함께 오염 지역에 대한 철저한 방역이다. 그러나 국내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20일 한중 정상 간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유입 차단의 적극 대응과는 거리가 있다.


대유행의 전조와 관련해서 대통령의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한 인식이 적절했는지, 일상생활의 조기 복귀를 희망한 언어가 합당했는지에 대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는 대통령의 언어가 대유행의 전조로 작용하지 않았는지 하는 의구심과 함께 양국 정상 간 대화가 운신의 폭을 스스로 제한ㆍ차단해 플랜 B의 기회를 상실한 패착이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한편 북한은 코로나19 오염원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달 22일 국경을 전면 봉쇄하고 지난 12일부터 입국자에 대한 격리 기간을 14일에서 30일로 연장했다. 국경 봉쇄와 격리 기간 연장은 중국과의 정치ㆍ경제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코로나19가 유입되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정치적 고려보다 방역 체계 강화를 우선했다는 점에서 매우 실효적 대응이다. 이런 북한의 실효적, 적극적 대응이 확진자 제로의 상황을 유지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 발표를 액면 그대로 인정할 수 없지만 통일부의 발표를 토대로 보면 북한의 열악한 의료 방역 체계를 감안할 때 오히려 '과학적'이라는 평가다. 북한의 국경 봉쇄는 코로나19 유입이 몰고 올 후폭풍의 위협을 정확히 인식한 결과물이다. 즉 코로나19의 사태는 '국가의 존망이 달린 중대한 정치적 문제'로 인식하고 플랜 B를 위기 극복 전술로 선택했다.


그러나 북한의 국경 봉쇄가 경제 위기를 가속한다는 문제가 있다. 민생 문제 해결에 불가피한 밀무역은 국경 개방(?)이 필수적이다. 이처럼 국경 봉쇄를 통한 방역과 밀무역을 위한 국경 개방은 상반관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경 봉쇄를 선택한 것은 방역 실패로 인한 후폭풍이 3대 세습 체제 안정에 더 위협적 요인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코로나19 사태가 단기간에 진정될 가능성이 낮아 국경 봉쇄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 같다. 북한도 밀무역을 군법(軍法)으로 다스린다는 엄명이 하달된 상황이라 봉쇄 해제는 기대난망이다.



이미 국경 봉쇄의 영향이 민생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대북 소식통에 의하면 장마당 쌀값은 1㎏당 4500원(1월27일) 수준에서 5500원(2월11일)으로 올랐고, 휘발유 가격은 1㎏당 1만3000원에서 1만6500원으로 상승했다고 한다. 또한 생필품 물가가 최고 60%까지 높아지자 북한 당국이 물량 공급으로 가격 안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한다.


국경 봉쇄로 중국 관광객을 통한 외화 조달도 차단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제2의 '고난의 행군' 가능성이 예견된다. 그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우리에게는 협상력을 높일 기회다. 최근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 '조선의오늘'에서 민족 공조를 앞세워 문 대통령이 제안한 개별관광에 관심을 보였다. 이 관심의 행간에서는 북한의 다급한 사정이 읽힌다. 이런 북한의 다급함은 북한 변화의 분기점으로 활용할 기회이고 수단이다. 따라서 지금은 북한 바라기의 플랜 A에 집착할 때가 아니라 플랜 B를 실현할 지혜를 강구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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