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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검찰 私有化’ 시도는 민주 파괴 범죄
 
2020-01-22 14:59:02
◆김종민 법무법인(유한) 동인 변호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법개혁연구회 회장 · 프랑스연구포럼 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민주주의의 바탕을 이루는 법의 지배는 많은 부분 형사사법 제도에 의해 보호되고 검찰은 그 운영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중요한 것은 법치국가의 수호자로서 그 직무가 사법적 성격을 갖고 있고 직무 수행 과정에서 공정함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독립이 없으면 공정함이 없고 공정함이 없으면 정의도 없다는 장 루이 나달 전 프랑스 검찰총장의 지적은 검찰 독립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검찰이 흔들리고 있다. 검찰개혁의 이름으로 대통령 직속 사찰수사기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신설되고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대통령의 인사 조치로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 수사를 지휘하던 검사장급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좌천됐다. 법무부 직제령 개정을 통해 정권 실세 관련 중요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 부서를 통째로 없애고 있다. 과거 유신과 5공 군사정권 때도 보지 못한 풍경이다. 

검찰개혁은 중요하다.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불리며 신뢰를 잃었던 과거와 완전히 단절하고 진정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야 한다. 불편부당 엄정공평의 정신으로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도 과감하게 수사해 정의를 바로세우는 검찰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 지향적이고 발전적인 혁신이 돼야 한다. 하지만 개혁의 이름으로 강행 중인 최근 문재인 정권의 조치들은 정권 보위 목적의 권위주의적 퇴행으로 가고 있어 우려스럽다. 

검찰 문제의 근본 원인은 유신 시절과 5공화국 시절부터 변함없이 내려오는 제도 때문이다. 그 핵심은 대통령의 인사권이다. 최근 청와대발 검찰의 위기가 심각한 것은, 정권의 검찰에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으며 대통령의 인사권을 휘두르고 직제 개편을 명분 삼아 검찰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에 대한 검찰의 예속을 강화시켜 공수처와 독자적 수사권이 부여된 경찰과 함께 대통령의 인사권으로 통제하는, 권위주의적인 중국식 공안통치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과 정치권력 간의 갈등은 모든 나라에 공통된 문제다. 2차대전 당시 검찰 정치 도구화의 혹독한 역사를 경험한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종전 후 헌법을 개정해 사법권 보장을 위한 독립기구인 최고사법평의회를 신설했다. 검사의 인사와 징계를 관장하면서 정치권력의 영향력을 배제한다. 프랑스는 함부로 조직 개편을 못 하도록 검찰 조직과 인사에 관한 사항은 헌법위원회의 사전 위헌심사와 의회 가중다수결로 의결해야 하는 조직법으로 규정하도록 헌법에 규정했다. 대통령의 인사권에 휘둘리고 법률도 아닌 법무부 직제령으로 검찰이 무력화될 수 있는 우리의 제도는 취약성을 안고 있다. 검찰의 독립 보장을 위한 인사와 조직 관련 제도 개혁 없이는 어떤 개혁도 허구다.

미국의 석학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강력하고 근대적인 국가는 법치주의나 책임정부적 조건에 구애받지 않을 때, 더욱 완벽한 폭정 체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통치자가 아닌 법이 주권자이고 그것이 법치주의의 기본이다. 통치자는 법에 따라 정당하게 권력을 행사할 때만 정당성을 얻는다. 법이 정당하고 권위를 갖추려면 그 법이 공정하고 권력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검찰개혁의 이름으로 이뤄지는 권력의 사유화는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권력형 비리를 비호하는 대한민국의 적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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