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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反기업·親노동 정책 지속땐 ‘소주빈’ 불보듯… 경제 ‘파국열차’ 탈 수도
 
2020-01-16 16:43:57

◆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2020년 전망 - ④ 기업·노동 

스튜어드십 코드·사외이사 임기제한 등 국가의 경영 개입, 기업 활기와 경제 활력 빼앗아  
노조는 최고조직률 등에 업고 對기업 소송 늘릴듯… 기업인엔‘유죄추정’까지 이중삼중 규제
 

토드 부크홀츠는 저서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에서 “빈곤에서 탈피한 경제적 번영은 출산율 저하와 공공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근로 윤리 쇠퇴와 애국심 소멸이 수반되면서 파국을 맞게 된다”고 썼다. “국가가 부유해지면서 관료조직은 방대해지고, 이는 부채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며, 비대해진 관료조직이 규제를 양산하면서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사회의 낙관적인 전망을 위축시킨다”고도 했다. 한국은 지금 부크홀츠가 분석한 모델을 정확하게 따라가고 있다. 경제는 정부가 잠든 밤에 자란다. 2020년 한 해도 국가의 반기업 정서에 따른 각종 규제와 간섭, ‘소득주도빈곤’과 친노동 일변도 정책이 계속되면 기업 활동은 활력을 잃을 것이고 ‘파국열차’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규제 천국’의 반기업 정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에서 ‘공정경제’를 주요 국정 과제의 하나로 다시 강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언급하며 “시행령 등의 제·개정을 통해 정착시키고, 대기업의 건전한 경영을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을 곧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는 기관들의 자율적 규범이지만 한국에서는 국민연금을 도구로 한 정권의 대기업 길들이기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국민연금 또한 ‘국내주식 수탁자 책임활동 가이드 라인’을 개정해 중점 관리 사안, 예상하지 못한 우려에 대한 사안, 소 제기 등의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이사 해임, 정관 변경, 임원 재선임 반대 등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 

문 대통령은 “상법 개정 등 공정경제를 위한 법 개정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말하자면 상장기업에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임, 다중대표소송 허용 등 시대에 뒤진 ‘갈라파고스’적 입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특히 상법 시행령과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사외이사의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고, 국민연·기금의 경영 간섭을 노골화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예정이다. 사외이사 임기 제한은 당초 1년 유예가 검토됐지만, 법제처 개정안 심사가 완료되면서 오는 3월 주주총회부터 적용된다. 상장협의회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에 따라 올해 새로운 사외이사를 뽑아야 하는 상장회사는 566개사, 새로 선임할 사외이사는 718명으로 추정된다. 중견·중소기업이 전체 87.3%인 494개사, 615명(85.7%)을 차지한다. 이 같은 자본시장법·상법 시행령 개정안은 정부의 사실상의 경영 개입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과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밖에 없다. 공공성이 중요한 금융회사에 적용하던 내용을 경영 자율성이 핵심인 상장회사에 과잉 적용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고 경제 살리기에 나선다는 정부가 오히려 기업의 활동을 옥죄는 결과를 낳게 된다.

◇활기 잃은 기업 

블룸버그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애플의 시가총액은 1조1630억 달러(약 1402조 원)를 기록, 코스피 시가총액 1384조 원을 웃돌았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수는 799개인데 이들 시가총액을 모두 합쳐도 애플사 한 군데보다 못하다. 미국에는 애플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등 시총이 1000조 원을 넘는 기업이 여럿이다. 한국 최대 기업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우선주를 포함해 395조 원이지만 세계 거대기업에 비하면 어린애일 뿐이다. 애플과 구글은 ‘하고 싶은 거 다 해’ 보는 기업이고 한국 경제는 ‘버린 자식’ 취급이다.  

특히 정부 규제가 심한 통신·금융·소매·유통·전기·가스 등 내수 업종이 부진했다. 한국의 과도한 정부 간섭과 기업인을 감옥 보내는 반기업 정책이 경제를 망친다. 장관을 했던 사람이 “큰 기업의 2∼3세 경영자 중 김정은만 한 사람이 있냐고 묻고 싶다”면서 기업 총수들을 조롱했다. 기업인에겐 ‘무죄 추정’이 아닌 ‘유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이런 환경 속에서 한국 기업이 활기를 잃는 것은 당연하다. 기업이 활력을 잃으면 고용은 줄고 경제가 어려워진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2019년 1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1만6000명 증가했다. 그러나 늘어난 취업자의 90% 이상인 47만9000명이 60대 이상 노인 일자리에서 나왔다. 60대 이상 취업자 수는 47만9000명 늘어났고, 40대는 12만8000명 줄었다. 지난 한 해의 연간 취업자 증가 폭은 30만100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 역시 60대 이상에서 37만7000명 증가했고, 30대와 40대에서 각각 5만3000명과 16만2000명씩 줄었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일자리 확대 분야가 주로 노인층에 집중돼 있고, 기업들의 고용창출 여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예상했다. 좋은 일자리 대신 ‘단기 알바’와 ‘노인 일자리’, 공무원·공기업 취업자만 급증한 셈이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사상 최대로 늘었다.

◇조직화한 노동과 ‘소송’ 전략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에 힘입어 2016년 10.3%이던 노조조직률 은 2018년 11.8%로 상승해 200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에 가까운 나라에서 양대 노조가 세력화에 ‘올인’하면서 선명성 경쟁과 강성 투쟁에 치우칠 우려가 크다. 친노동정책의 최대 수혜자인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타협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거부하고 지역 상생형 일자리도 반대한다. 노동부는 해고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발표했다. 덕 보는 쪽은 노동귀족 대형노조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로 한 걸음 더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정부 정책도, 법원 판결도 모두 친노동 일변도다. 지난 9일 서울행정법원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노동 관련 소송은 전년 대비 21.8% 늘어난 580건으로 2013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많았다. 이 정부 출범 2년 차인 2018년부터 급증했다.  

올해엔 파업보다는 소송이 크게 늘 전망이다. 소송이 대규모 쟁의보다 효과적이고 승소 땐 노조원 모으는 데도 유리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최저임금 미지급, 임금 체불, 근로시간 위반 등을 감시하는 ‘노동경찰’인 근로감독관 수도 크게 늘어, 지난해만 413명이 늘었고 이 정부 들어 1187명이 늘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0년 노사관계 전망조사’에 따르면 2020년 노사관계가 2019년보다 ‘불안해질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64.8%(‘훨씬 더 불안해질 것’ 17.9%, ‘조금 더 불안해질 것’ 46.9%)나 됐다.

◇국가 간섭은 적을수록 좋다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국가의 실패는 정치의 실패이며 소수 특권자의 탐욕 때문이라고 썼다. 저자들의 일관된 주장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지도층이 ‘일부러’ 국가를 파탄시킨다”는 것이다. ‘복잡계’는 부분적으로 무법적이지만 전체로서 스스로 질서를 구축하고 창발 현상이 나타나며 진화하는 곳이다(스튜어트 카우프만, ‘다시 만들어진 신’). 기업과 경제는 바로 자기 조직화 원리가 작동하는 복잡계이다. 간섭이 적을수록 좋다. 기업이 활력을 되찾아야 경제가 산다. 경제는 정부가 잠든 밤에 자란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세줄 요약 

反기업 정책 :‘스튜어드십 코드’와 ‘사외이사 임기 제한’ 강행 같은 반기업 정서에 입각한 국가·정부의 간섭 및 규제가 만연한 상황. ‘갈라파고스’ 입법으로 기업이 활기를 잃고 한국 경제는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게 될 것. 

親노동 일변도 정책 : 노동조합 조직률이 급상승해 2000년 이후 최고를 기록. 여기에 정부와 법원의 친노동 일변도 정책 및 판결, 노조의 기업 상대 소송 증가 등으로 올해 노사관계는 과거보다 한층 더 불안해질 것. 

국가 간섭 적을수록 기업 살아 : 기업이 활력을 되찾아야 경제가 살게 됨. 경제는 정부가 잠든 밤에 자라는 법임. ‘소득주도빈곤’과 친노동 일변도 정책이 계속되면 기업은 활력을 잃고 ‘파국열차’에 가속도가 붙을 것. 


■ 용어 해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말함.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투자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자율규범.

‘노조조직률’은 전체 임금 근로자 가운데 노동조합에 가입한 근로자의 비율. 경제·산업 현장에서 노조의 영향력을 측정하는 데 유효한 수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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