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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헌법 제1조 제1항
 
2019-12-05 11:32:10

◆ 박수영 한반도선진화재단 대표는 현재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초빙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강의를 하면서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이 무엇인가"라고 묻곤 한다. 순간 머뭇거리는 분도 계시지만 많은 분들이 정확히 알고 계신다. 그렇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우리 헌법 중 가장 중요한 조항이라 할 수 있다. 1919년 제정된 상해임시정부 임시헌장과 1948년 제정된 제헌헌법 이후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헌법에서 빠진 적이 없는 핵심 조항이다. 이 규정은 헌법 개정을 통해서도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헌법학계 통설이다. 즉,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완전히 바뀌어 헌법 제정이라는 전혀 다른 정치행위가 있지 않고서는 바꿀 수 없는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원리인 것이다.

`민주공화국`이라는 규정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라는 두 원리로 구성되어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필자가 법과대학을 다니던 때부터 지금까지,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장황하게 서술한 헌법학 교과서들이 `공화주의`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헌법학이 공화주의는 안 가르치고 민주주의만 주로 가르치다 보니 국민들도 민주주의에 입각한 제도들, 이를테면 주권재민, 권력분립, 기본권 보장 등에 대해서는 이해가 깊고 목소리도 크다. 하지만 공화주의에 대해서는 단순히 왕이 없는 제도, 즉 군주제도에 반대되는 개념 정도로만 이해하고, 공화주의의 주요 요소인 법치, 공공선, 그리고 시민적 덕성 등에 관해서는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민주주의만 주장하는 사회에서는 사회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강력히 주장하고, 만약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투표라는 행위를 통해 다수결로 결정한다. 투표에 이기기 위해서 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권장사항이 된다. 하지만 공화주의를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사회구성원이 공공선에 관해 숙의를 거쳐 합의하고, 이를 위해 각자가 자신의 주장을 조금씩 양보하거나 때로는 철회하기까지 하는 문화가 형성된다. 개인적 이익보다 공공선을 우선하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시민적 덕성이다.

공화주의가 빠진 민주주의에 대한 맹신이 초래하는 사회적 부작용은 심각하다. 무질서, 범죄, 가정 해체, 학교 붕괴, 도덕적 해이 등이 그것이고, 자신의 권리만 주장할 뿐 시민으로서의 의무나 권리 주장에 따른 책임의식은 약해진다. 사회구성원이 개인적 자유만 극단적으로 주장하면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이 어렵게 되고 결국에는 개인적 자유를 지키기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 공동체를 생각하기보다는 자기 목소리부터 높이고 보자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다. 평균 연봉이 1억원 가까운 현대차 노조가 자신들의 자녀를 우선 채용하라고 한다든지, 상위 10% 계급인 민노총이 자신들의 기득권은 절대 내려놓지 않으면서 비정규직이나 청년세대를 위한 사회적 책임은 애써 외면하는 경우가 그 사례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불필요한 예산의 삭감에 앞장서야 할 국회의원들이 국가예산을 염려하기보다는 지역구 사업에 증액하기 바쁘고, 연말이면 나랏돈 얼마를 확보해 왔다는 현수막이 지역을 도배하는 것이 안타까운 우리 현실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본질적으로 양면적이다.

개인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적 존재인 것이다. 그것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 헌법의 `민주공화국` 조항이다. 그 취지를 잊고 개인의 자유만 주장하면 공동체라는 울타리가 없어지고, 그렇게 되면 결국 개인의 자유도 존재할 수 없는 법이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길 확률이 높아지는 요즘 대한민국, 자유와 공동체, 민주주의와 공화주의가 함께 가야 한다는 헌법 제1조제1항의 정신이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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