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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주호의 퍼스펙티브] 수능 vs 학종, 하나만 강조해선 사회 갈등만 키운다
 
2019-11-05 14:54:31

이주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맞춤학습으로 진화하는데
우리는 평등 vs 수월성 대립 반복
교육이 계층 이동 사다리 되려면
학생 맞춤형 교육으로 전환해야


사회 통합을 위한 교육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야기한 사회 갈등은 우리 사회를 서로를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두 진영으로 쪼개는 것처럼 심각한 수준이었다. 정치는 사회 통합을 위하여 협력하기보다 사회 갈등을 계속 더 부추기고 있다. 국민 갈등과 사회 불신이 깊이 뿌리내리도록 방치했다가는 모두 공멸하는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아래에서부터라도 사회 통합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조국 사태 이후 정부와 정치권에서 나오는 교육 개혁안은 사회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킨다. 평등 교육 대 수월성 교육, 학생의 학력을 평가하는 수학능력시험(수능) 대 역량을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중에서 하나만 선택하는 방식으로는 교육의 본질적인 변화를 끌어내지는 못하고 국민 분열만 가속화시킬 뿐이다. 교육을 통한 사회 통합을 이뤄내려면 교사와 가르침에 집요하게 집중해야 한다. 그 근거로 다음의 세 가지를 제시한다.
  
교사의 가르치는 방식 바꿔야
 
첫째, 사회 통합을 위하여 교육의 ‘계층 이동 사다리’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데, 가장 유력한 수단은 교사의 가르치는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빈곤 연구로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세 명의 경제학자들이 주목하였던 분야는 교육이었다. 이들 중 마이클 크리머 하버드대 교수는 2016년 글로벌교육재정위원회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서울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교사의 교수 방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한 빈곤 퇴치 수단이라고 했다.
 
크리머 교수는 케냐에서 교과서를 무료로 보급한 정책이 상위 20% 학생의 성적만 올렸고 나머지 학생들에게 전혀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혔다. 교사가 학생의 학력 차이를 무시하고 교육 과정에만 획일적으로 맞추어 가르치다 보면 많은 학생이 수업에 뒤처지고 포기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과서를 무료로 보급하는 것과 같은 정책으로는 결코 저학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특히 학생이 저학년 수업에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교사가 고학년 수업에서 다시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에 많은 학생이 학년이 높아져도 따라잡지 못하고 결국 포기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미국이나 한국의 교실에서도 매일같이 일어나는 교육의 근본적 문제다.
 
우리가 하루빨리 인공지능(AI)이 지원하는 맞춤학습(adaptive learning)시스템을 도입하여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추어 개별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사 교육부터 교사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대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못하면 저학력의 저소득층 학생이 가장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둘째,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학생들이 협력하여 사회의 난제를 해결할 줄 알고 공익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시민으로 길러내야 한다. 타인의 다른 견해에 대하여 민주적 합의를 위해 자신의 견해와 타협할 준비가 되어있는 관대한 열린 마음을 가지도록 교육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교사의 수업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민주시민 교육 혹은 세계시민 교육의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학생에게 암기하게 하고 주입하는 것은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교사가 강의 중심의 수직적 학습에서 탈피하여 프로젝트 학습과 같은 수평적 학습을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로젝트 학습 확대해야
 
최승주 서울대 교수 등은 대구의 실험학교 교사들에게 프로젝트 학습에 대하여 연수를 실시하고 교사들이 자유 학기를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프로젝트 학습을 시행하게 한 후 행동경제 실험을 통하여 효과를 분석하였다. 학생들에게 2000원씩 지급하고 개인 통장과 학급 공동 통장에 자유롭게 나누어 투자하도록 하였다. 이때 공동 통장에 모인 돈은 개별 학생들이 무임승차의 유혹을 극복하고 학급 구성원 모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얼마나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였는지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롭게도 실험학교 학생들이 공동 통장에 약 8% 많은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프로젝트 학습이 공동의 이익을 위한 학급 내 상호 신뢰와 협력 수준을 증진한다는 경험적 증거로 해석하였다.
 
또 김부열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은 대구에서 프로젝트 학습을 시행한 이후 교사들의 자기효능감이 확연히 높아졌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서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 교사들은 매우 우수하지만, 교실에서 학생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기효능감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그 원인을 우리나라의 프로젝트 학습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이제 교육계가 힘을 합하여 프로젝트 학습과 같은 수평적 학습으로 교수학습 방식의 대전환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셋째, 교수학습 방식의 대전환을 교육계의 공동 목표로 설정하고 여기에 집요하게 집중하여 교육 문제의 뿌리를 치유한다면 교육계를 갈라놓았던 갈등도 해소될 수 있다. 세계의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교수학습 방식의 대전환을 사회 통합을 강화하기 위해서 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로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자사고와 특목고 갈등과 같이, 평등 교육이냐 수월성 교육이냐 하는 낡은 틀의 대립을 반복하고 있다. 교육 선진국에서 이렇게 낡은 교육 논쟁을 지속하는 나라를 찾기 힘들다. 세계가 개별화 학습 혹은 맞춤 학습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AI가 지원하는 맞춤 학습 시스템과 같은 에듀테크의 엄청난 발전에 힘입어 교사들이 쉽게 개별화 교육을 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만약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과 수요에 맞추어 최적의 학습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 평등 교육이든 수월성 교육이든 의미가 없고 갈등도 해소될 것이다.
 
수능과 학종에 대한 대입 갈등의 밑바탕에는 아이들에게 국·영·수 교과나 수능의 성적과 같이 인지적 학력을 강조하여야 할지, 아니면 창의·소통·협력·비판적 사고·인성 등과 같은 비인지적 역량을 강조하여야 할지에 대한 갈등이 있다. 그러나 학력의 토대 위에 다양한 역량을 꽃피울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교사는 다양한 역량을 키워주는 데 집중하고 AI는 인지적 학력을 키워주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하이터치 하이테크 학습은 학생에게 학력과 역량의 최적 균형을 갖추게 함으로써 학력과 역량 간의 갈등도 해소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수학습 방식의 대전환을 이루려면 교사가 주어진 교육 과정을 전달만 하고 학생 평가도 정해진 방식을 따라만 할 것이 아니라 학생에게 맞추어 교육 과정과 학생 평가를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노량진 학원에서 교사를 양성한다고 비판받는 교원 임용고시를 포함해 교사의 양성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현장형 교사 양성해야
 
핀란드 교육을 성공시킨 비밀은 교사 교육에 있다. 핀란드는 교사 교육에서 현장 실습을 강조하여 초등교원 양성은 15%, 중등교원 양성은 33%의 수업을 현장 실습으로 하고 있다. 교대생이 10주, 사대생이 4주의 현장 실습만 하는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교원이 석사과정을 마치도록 하여 수업을 끊임없이 개선시킬 수 있는 연구 역량을 갖추게 한다. 우리의 교대와 사대는 국내 최고의 인재들을 뽑을 수 있다는 데 자만하여 안주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어떻게 세계 최고의 교사로 만들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것만큼 우리 교사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한마음으로 응원할 일이 또 어디 있을까? 대한민국 교육의 저력을 다시 세계에 보여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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