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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주한미군 철수 動因 증가 심각하다
 
2019-10-24 14:19:00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느닷없는 시리아 철군  
쿠르드族 생존 위협한 날벼락  
미군철수 트위트도 대비해야 

사드·방위비 균열에 反美 시위  
文정부 내 친북·자주論도 곤란  
애치슨·닉슨·카터 先例 살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트위터에 시리아의 쿠르드족(族)을 보호하고 있던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자 터키는 쿠르드족을 공격했고, 쿠르드족은 터키 국경에서 30㎞ 철수해 근거지를 상실하면서 터키와 시리아의 흥정에 운명을 맡기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쿠르드족 내에도 저명한 정치인과 지식인이 있었을 것인데,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트위트를 예측하거나 대비했을까?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갑작스러운 트위트가 발표돼 우리의 운명을 표류하게 만들 수 있다. 1950년 1월 딘 애치슨 미 국무장관이 한국을 서태평양 방어선에서 제외할 것이고, 그에 따라 북한이 남침할 것을 당시 한국의 정치가와 지식인들이 예측했던가? 1969년 7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동맹국에 각국의 안보는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라면서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것을 한국의 관리들이 예측했던가? 지미 카터 대통령도 일방적인 미군 철수를 추진했고, 조지 부시(아버지) 대통령 당시 미국 의회는 3단계에 걸친 주한미군 철수 계획을 입법화하기도 했다. 

1992년 필리핀에서 미군이 떠나야 했듯이 한국 정부가 요구하면 주한미군은 철수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미국 정부도 주한미군 철수 결정을 일방적으로 내릴 수 있다. 핵전쟁에 연루될 위험이 크다거나, 주한미군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거나, 실익이 적다고 판단할 때 미국은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것이다. 나아가 이번 시리아에서의 철군처럼 충분한 내부 토의도 없이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철수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일단 명령이 떨어지면 군대는 따를 수밖에 없고, 내외부의 비판은 시간이 흐르면 소멸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기습적으로 선언하면서 장기적인 주한미군 철수 필요성을 주장한 적이 있다. 

최근 주한미군 철수를 우려하게 하는 동인(動因)들이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북한은 수소폭탄을 포함한 20∼60개의 핵무기와 함께 장거리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해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미국으로 하여금 핵전쟁을 각오하면서까지 한국을 방어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방위비 분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미 간 실랑이는 미국의 자존감을 손상해 50억 달러라는 무리한 요구가 나온 상황이고, 제대로 작동되는 것은 화장실뿐이라고 할 만큼 배치 2년이 넘은 성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는 가동되지 못하고 있으며, 대학생들이 주한 미국대사관저의 담을 넘어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지경이다. 욱하는 마음의 트위트가 날아올 가능성은 없는가? 

현실적으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큰 것은 아니고, 절대로 철수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은 중국 봉쇄를 위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크고, 평택 미군기지가 너무 유용해 포기할 수 없으며, 한국을 포기하면 일본이 위험해지고, 본토보다 한국 주둔 비용이 더 저렴하다는 등의 이유를 열거한다. 묻는다. 미군이 철수할 경우 책임질 수 있는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책임지겠다고 한 어느 대통령이 무엇을 어떻게 책임지고 있는가? 국가안보에서는 어떤 상황도 단정할 수 없는 만큼 모든 국가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 철저하게 대비한다. 

이제 우리는 주한미군을 당연시하는 사고에서 벗어나 갑작스러운 트위트 가능성까지 우려하면서 한·미 동맹을 지혜롭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북핵에 대한 독자적 방어력이 충분할 때까지는 미군의 막강한 핵 및 재래식 전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미 관계를 강화하고, 미국이 한국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조치를 해 나가야 한다. 미국과 제반 정책을 긴밀하게 협의하고, 북한의 비핵화에 관해 협상과 함께 제재·압박에도 철저하게 협력하며, 방위비 분담 등 미군의 주둔 편의를 개선해 줄 필요가 있다. ‘자주’라는 감성팔이로 불필요하게 미국을 자극해선 곤란하다. 당연히 자체적인 북핵 억제 및 대비태세를 강화하는 데도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쿠르드족이 미국의 철수 결정을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을 지켜준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면서 자기방어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충고했다는 사실을 흘려듣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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