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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소비자만 봉되는 중고차 시장
 
2019-10-16 10:52:06

◆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고차 판매업은 이미 2013년 3월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바 있다. 경쟁력을 강화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6년간의 시간을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동반성장위원회는 11월 초 본회의를 열고 중고차 판매업을 다시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추천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해당 산업에 기업들의 진입이 계속 불가능해지고 국내 기반이 없어 중고차 수출도 할 수 없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요건은 다음 4가지이다. 소득의 영세성, 보호의 필요성, 소비자 후생, 산업 경쟁력이 그것이다.

소득의 영세성은 보통 매출과 매장 면적으로 판단한다. 2018년 중고차 시장 연간 거래량은 377만대로 당해 신차 등록대수 184만대의 두 배가 넘는 대규모 시장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중고차 사업자당 연평균 매출액은 약 16억원에 달한다. 이미 생계형 업종이라 할 수 없는 규모다. 매장 역시 기본적으로 규모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이, 연면적 660㎡ 이상 전시시설 확보가 법률상 의무이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이라 하기도 어렵다.

소비자들은 완성차 메이커가 직접 운영하는 중고차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알다시피 현재 한국 중고차 시장은 거래 형태가 주먹구구식이어서 그야말로 복마전이기 때문이다. 개인 대 개인 간의 음성적이고 폐쇄적인 거래가 대부분이고, 중고차 가격 조작 등 탈세와 탈법이 만연해 있다. 차령(車齡)과 사고 이력이 관리돼 있지 않아 중개인의 말만 듣고 구매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러다 보니 허위 매물, 불투명한 성능 검사, 주행거리 조작, 피해 보상에 대한 책임 회피 등의 사례도 빈발했다. 모든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갔다.

완성차 업체 등의 중고차 시장 진입이 소비자 후생과 이 시장의 국제 경쟁력 향상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미래 산업과 연계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수출로 연결될 수 있어 확장성도 매우 크다.

얼마 전 몽골을 다녀온 인사로부터 들은 얘기다. 몽골에는 도요타 자동차가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도요타 자체 매장에서 도요타가 직접 중고 자동차를 판매하는데, 신차를 살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같은 브랜드의 중고차 매장으로 발길을 돌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술과 자본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지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아예 중고차 시장을 외면해야만 하는 한국 자동차업체는 먼 산 보듯 헛물만 켜고 있어야 했다. 한국 중고차가 외국에서는 찬밥 신세인 것이다.

이미 한국에는 중고차를 직접 판매하는 외국 회사가 2011년 5개사였는데, 2018년에는 폭스바겐, 볼보, 아우디 등 13개로 늘었다. 그동안 한국 자동차 메이커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묶여 중고차 시장 진출이 완전히 막혔었다.

전형적인 역차별이다. 과거 LED 조명산업이 국내 역차별로 소멸되고 말았던 것과 똑같은 자살 행위가 목하 진행되려 한다.

중고차 매매업 경쟁력 강화, 소비자 만족도 제고, 국내 대기업 역차별 방지 등을 위해 중고차 판매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기업이 생계형 적합업종 개념 자체가 없고 기업 규모별 규제도, 진입 제한도 없는 외국 기업과 경쟁하기에는 너무 버겁다. 그리고 언제까지 소비자만 봉(鳳)이 되도록 내버려두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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