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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외교의 3重 위기, 대재앙 닥친다
 
2019-10-10 13:52:11

◆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담당대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대외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용준 前 외교부 차관보 

①핵보유국 북한 기정사실화  
②한·미 동맹의 와해 움직임  
③주변에 우방 없는 고립무원 

미·중 진영 충돌 본격화하는데  
文정부는 공산진영 기웃기웃  
‘이념의 포로’ 되어 국가 自害


한국이 잠든 사이에도 세계의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정치권과 국민이 온통 조국 사태에 매몰돼 여념이 없는 중에도 한반도를 둘러싼 치열한 국제정치의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는다. 대다수 국민의 무관심과 막연한 낙관주의의 그늘 아래서 외교안보의 위기들이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치닫고 있다. 출구는 보이지 않고 출구를 찾는 사람조차 없다. 정부도, 국회도, 언론도 이를 외면한 채 끝없는 정치 논쟁만 하고 있다.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할 외교 당국은 권한도, 전문성도, 정책 의지도, 역사의식도 상실한 채 이따금 들려오는 우스꽝스러운 의전 스캔들 속에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하는 중이다.

우리 대외 관계의 세 방면에서 커다란 위기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다. 첫째는 우리 정부의 방관 속에 북한 당국의 각본대로 기정사실화돼 가는 ‘핵보유국 북한’, 둘째는 한국의 중국 편향적 외교 행보와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붕괴로 초래된 한·미 동맹의 와해 움직임, 셋째는 주변국 중 우방이 하나도 없는 고립무원의 상황이 초래할 국가안보의 심각한 잠재적 위기가 그것이다. 위기의 종류는 3가지이나 몸통은 하나이고, 그 원인도 하나다. 그 위기의 배경에는 반미, 반일, 친(親)공산 진영으로 기운 한국 정부의 외교 노선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이 불과 하루 만에 결렬됐다. 중국의 경제 지원으로 배가 부른 북한은 미국 대표단이 파격적 양보안을 가지고 백기 투항해 오지 않자, 기다렸다는 듯 즉각 회담 결렬을 선언했다. 북한의 의도는 전체의 일부에 불과한 낡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유엔 제재 조치를 모두 해제하고 떳떳한 핵보유국으로 군림하는 것이다. 미국 대표단이 들고 온 ‘핵 폐기 조건부 제재유예’라는 타협안이 마음에 들었을 리 없다. 아직도 제재 조치라는 압박 수단이 남아 있긴 하나, 외교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기회의 문은 닫히고 있다. 북한이 사거리 2000㎞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해도 한국을 포함한 관계국들은 말 한마디 없이 북한 눈치만 보고 있다. 대북 관계가 점차 각국의 국내정치용 흥행 도구로 전락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전면 비핵화라는 명제가 설 땅은 없어 보인다.

이러한 북핵 문제와 비교할 때, 두 번째 위기인 한·미 동맹 와해 움직임은 이제 겨우 시작단계일 뿐이고,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치게 될지 예측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것이 북한의 핵무기보다 우리 안보에 훨씬 직접적인 위해(危害)를 초래하리라는 점이다. 이는 ‘고려연방제’의 천년왕국을 꿈꾸는 국내 좌익 세력에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의 축복이 될지도 모르나, 대다수 국민에겐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다. 최악의 상황 도래 시 주한미군의 대폭 감축은 물론 동맹관계의 본질적 변경이 수반될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친중 굴종 외교, 친북 정책,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폐기 등 한국 정부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초래됐고, 지금도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현 한국 집권 세력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체성의 문제는 우리 대외관계가 맞고 있는 세 번째 위기인 외교적 고립과도 직결된다. 정부 수립 이래 70년간 한국은 미국과 서유럽을 주축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일원이었다. 그런 한국이 돌연 방향을 급선회해 세계 공산주의-전체주의 진영의 대표 격인 중국·러시아·북한이 결성한 ‘북방 삼각체제’ 카르텔의 문전을 기웃거리고 있다. 이 세 나라는 과거 6·25 남침의 주역이었고,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이 이란과 더불어 최대 잠재적국으로 간주하는 나라들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들 중 누구도 한국의 외교적 전향을 환영하고 우방으로 대하는 나라는 없다. 참으로 슬픈 짝사랑이다.

외교는 국내정치의 연장이라지만, 그래도 한 나라의 외교에는 최소한의 연속성과 일관된 정체성이 유지돼야 한다. 미·중 패권경쟁으로 진영 간 충돌이 본격화하는 현시점에 우리 외교가 정체불명 이념의 포로가 돼 동맹의 울타리를 스스로 허물고 우방도 없는 고립무원의 상황을 자초한 것은 외교적 자해행위에 가깝다. 그런 한국이 장차 군사적 위기나 경제적 재앙을 맞게 된다면, 그때 세계의 어느 나라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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