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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즈] 이유없는 '경제 낙관론'
 
2019-10-08 11:13:34

◆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 의장으로 활동 중인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의 칼럼입니다. 


최근 만난 한 중소기업인은 자신의 기업이 위치한 화성 지역 산업단지 내에 회사를 팔겠다는 광고가 증가하고 문 닫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경제가 심상치 않다고 하소연을 했다.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도 주문이 줄어들면서 종업원들이 잔업을 할 일거리가 사라지고 할수 없이 조기 퇴근을 시키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시간당 임금은 올랐지만 일거리가 줄어들면서 받아가는 임금총액은 줄어들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우리 경제가 이대로는 안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었다. 
 
통계청은 2017년 9월이 우리 경제의 경기순환 정점에 해당한다고 얼마 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시기는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인 동시에 소득주도성장론의 근간을 이루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정책이 시행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했다. 뒤돌아보면서 한탄하는 것은 당시에 경기에 대해 정확한 진단이 있었더라면 경기둔화를 직감하면서 규제완화와 기업투자활성화 등의 조치들을 먼저 시행했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임금을 급격하게 인상시키고 주 52시간 노동제 같은 노동시간의 일률적 단축정책 등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였다. 임금은 받는 사람에게는 소득이지만 지급하는 기업에게는 비용이다. 소득측면 만을 강조하고 비용측면을 간과한 것이 최대의 패착이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부담하는 노동비용을 증가시키는 조치들이다. 경기 상승 국면에서도 노동비용을 인상하는 조치는 기업 부담을 고려하여 점진적으로 시행되어야 마땅하다. 하물며 경기하강 국면에서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정부는 2년 누적 30% 수준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최저임금인상조치를 취했다. 이는 임금을 지급하는 기업들의 지급여력을 너무도 무시한 처사였다. 이는 노동비용의 급격한 증가를 유도하면서 경제의 기반을 흔들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3년과 1980년에 우리가 경험한 오일쇼크처럼 기업의 생산비를 갑자기 인상시키면서 기업 경쟁력에 상당한 부정적 충격을 가한 것이다. 가히 노동비용쇼크라 할만한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당장 상황이 힘든 자영업 분야에 쇼크가 왔고 이들이 문을 닫거나 고용을 줄이면서 일자리 숫자가 줄어들었다. 비록 상대적으로 안 좋은 일자리들이지만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데 일자리 숫자가 줄어드니 소득분배마저 악화되었다. 정부는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단기 알바 일자리를 늘여서 대응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게다가 이 시기에 미·중 무역갈등에다가 한·일 통상갈등까지 겹쳐지면서 우리 경제는 내부적으로 비용인상쇼크, 외부적으로 통상쇼크를 경험하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을 덮친 쇼크는 이제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전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경제성장률 2%대가 깨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고 여기에 최근 물가하락이 지속되면서 불황에 디플레가 겹치는 일본형 불황이 예고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는 일본과 달리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붕괴 국면은 없는 상황이라 경기하락 정도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수준보다는 약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경기하락국면에서 내부적 외부적 쇼크가 겹치면서 불황의 깊이가 깊어지고 있어서 물가하락이 본격화되는 경우 내수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상당한 폭의 경기하락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경기는 24개월째 하락 중인데 내년 1분기까지 반등 시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 하락 국면의 길이가 30개월을 넘어서면서 반갑지 않은 신기록을 세울 상황이다. 미중갈등과 한일갈등이 해소시점을 찾지 못한 채 자꾸만 표류할 경우 극심한 불황이 우리 경제를 덮칠 확률이 높다.  

정부가 직접 경제가 안 좋을 것이라는 진단을 하는 경우 민간소비 등이 움츠러들면서 실제로 경제가 안 좋아지는 식의 자기실현적 예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정부가 낙관론을 고집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다르다. 낙관론에 근거하여 정책기조를 유지하기보다는 현실적인 진단을 통해 정책 기조에 일대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 불황이 너무 깊고 길 것으로 보이는 현 시점은 경제정책에 있어서의 정부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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