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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평화경제론에 내포된 3大 근본 맹점
 
2019-08-20 14:33:52
◆ 조영기 국민대학교 초빙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언어는 국정 최고지도자와 국민과의 소통의 도구일 뿐만 아니라 국정의 인식과 정책 방향의 도구다. 국내외 엄중한 현실을 고려할 때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경제’론도 예외는 아니다. 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평화경제는 우리 미래의 핵심적 도전이자 기회”라며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평화롭고 강한 나라가 되려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남북 평화경제에 대한 집착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와 ‘남북 평화경제’를 들고나온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첫째, 남북분단은 체제 분단이며 체제 경쟁이 아직도 계속되는 현실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이념의 외톨이는 잘못된 언어다. 이념이 체제와 국가정체성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이념의 외톨이를 비난하기보다 올바른 이념 정립을 소홀히 한 종전의 말들을 거둬들이는 게 우선이었다. 올바른 이념이 올바른 국가정체성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국가정체성은 ‘국가가 존재하는 한 변할 수 없는 본질이자 정신’으로, 헌법은 자유민주주의가 국가정체성의 본질이자 정신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둘째, 평화경제는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데 따른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5일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처음 제기했다. 평화경제로 ‘일본을 단숨에 따라잡자’는 것이다. 하지만 평화경제로 ‘발등의 불’을 끄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점에서 다분히 반일(反日) 선동과 민족 공조에 기댄 감성적 언어였다는 비판을 비켜 갈 수 없었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평화경제는 광복절 경축사에 이어 어제 수석·보좌관회의에 또 등장했다. 문제는, 대통령의 평화경제론에 대해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막말로 되갚음했다는 사실이다. 기-승-전-한국의 짝사랑에 대한 북한의 배신에 대통령은 물론 국민의 자존심도 처참히 무너졌다. 이는 기존의 ‘대화와 협력’ 중심의 대북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줄 뿐 아니라, 새로운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반증이다.

셋째, 평화경제는 자체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북한의 낙후된 기술과 취약한 장비로 인해 평화경제가 글로벌 가치사슬(value-chain)에 편입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 냉철한 국제경제의 작동 원리에 감성적 민족 공조가 개입하면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그리고 남북이 체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8000만 단일시장을 형성한다는 평화경제 구상도 남북의 체제 특성이 무시된 것으로, 이 상태에서 호혜적 단일시장 구축은 불가능하다. 특히, 주체사상에 기반한 북한 체제가 존재하는 한 단일시장의 부정적 효과를 제어할 장치가 없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극일(克日)의 카드로 평화경제를 제시했다. 물론, 제대로 된 방책을 찾는 게 당면 과제다. 극일의 핵심은 첨단 소재와 장비의 질을 향상시켜 가치사슬 구조에서 우리의 경제 체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평화경제가 직면한 문제들을 생각할 때 평화경제는 결코 극일의 수단이 될 수 없다. 따라서 극일의 방법과 평화경제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극일의 조건은 최첨단의 기술 축적이 가능한 환경 조성이 정부의 우선적 책무다. 반면, 평화경제는 ‘열성(劣性)의 북한 체제’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에 초점을 둔 체제 전환이 추진돼야 한다. 그래야 평화경제의 성공 가능성이 커지고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의 미래도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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