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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최저임금 잡초' 뽑을 때 됐다
 
2019-06-07 10:22:09

◆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花草 씨앗인 줄 알았던 '최저임금 대폭 인상'
저소득층 일자리 파괴되고 경제는 엉망진창
'소주성 폐기' 비판 두려워 말고 방향 틀어야

잡초는 내버려둬도 잘 자란다. 화초는 제대로 신경을 안 쓰면 금방 시드는 경우가 많다. 경제는 화초와 비슷하다. 국가경쟁력과 기업투자에 신경쓰면서 소비, 수출, 경상수지 그리고 국가 간 통상외교의 큰 그림까지 다양한 분야를 지속적으로 잘 챙겨야 한다. 그래야 소득이 오르고 일자리가 늘어나고 먹을거리가 생긴다.

한국 경제에서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 해묵은 이슈가 됐다. 정부는 2년 전 화초인 줄 알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라는 씨를 뿌렸다. 그런데 지나 보니 이는 잡초 씨였다. 최저임금을 2년 누적으로 근 30%나 올려놨으니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법칙이다. 임금은 노동에 대한 가격이다. 노동 가격이 오르면 노동 수요는 줄어든다. 임금을 너무 올리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지만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조금만 기다려라. 곧 효과가 나타난다”고 하면서 어느덧 2년이 흘렀고, 드디어 정부 스스로 부작용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었다는 내용이 최근 발표됐는데, 그걸 확인하는 데 2년이나 걸린 셈이다. 금방 알 수 있었을 텐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발상으로 인해 보이는 것을 다 보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보는 시각장애가 생긴 결과다.

이 와중에 일자리를 지킨 사람은 임금 상승으로 당연히 소득이 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일자리를 지킨 사람만을 대상으로 집계한 통계를 인용하면서 소득이 늘었다고 생색내는 모습을 보면 무섭기까지 하다. 다같이 잘살자면서 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은근슬쩍 제외하는 것인가. 일자리를 지킨 사람은 급여가 최저임금 기준 근 30% 증가한 셈이지만, 일자리를 잃은 사람의 근로소득 증가율은 -100%다. 소득이 100% 줄어든 사람이 속출하는데 일자리를 지킨 사람들의 통계를 자꾸 들먹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오죽하면 국제통화기금(IMF) 미션단장이 어떤 경제도 2년간 30%의 최저임금 인상을 견디기 힘들다고 한마디 했겠는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노동분야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친노동적 기조의 정책이라 그랬겠지만 경제정책은 국내 경제 전반을 고려한 상식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자본과 노동을 편가르기 하듯 접근하면 부작용만 커진다.

최근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에 환율 이상까지 겹치고, 4월 경상수지는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대북(對北) 퍼주기’에만 골몰하지 말고 경제를 제대로 챙겨야 한다. 경제가 엉망이 되고 나서 국가부채를 늘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접근도 그렇다. 일자리 예산을 54조원이나 썼는데도 이 정도라면 재정을 더 집행해봤자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알바 수준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 이상으로 좀 더 방향을 크게 틀지 않으면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반도체 경기는 여전히 둔화되고 있다. 수출과 투자 모두 감소하는 상태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4월, 전년 동기 대비 7만 명이 감소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빚이 7조원 수준이다. 이들 중 일부가 부실화되면서 최근 서민금융기관 자영업대출의 부실률이 치솟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부실률이 4.4%를 기록했는데 규모로 보면 전 분기 대비 약 50% 증가한 수치다. 실물분야의 부진이 금융분야로 전이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자영업 등이 이미 많이 망가졌다. 지금 어떤 결정을 해도 그동안 인상한 부분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시키면서 상황 호전을 도모하기는 힘들다. 만일 최저임금을 동결하면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한다는 비판이 나올 것이고 대폭 인상하면 경제는 더 엉망이 될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그러나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시점이라는 격언도 있다. 2년 전 뿌린 씨가 화초 씨가 아니라 잡초 씨였는데 그동안 손대지 않다가 처음으로 잡초를 뽑을 기회가 왔다. 많이 늦기는 했지만 화초들이 더 말라 죽고 훼손되기 전에 잡초를 뽑는 것이 그나마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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