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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 사상 및 철학정립을 위한 인터뷰 7) 김병익 고문(문학과 지성사)
 
2008-06-24 16:51:28


선진화 사상 및 철학정립을 위한 인터뷰 7

김 병 익 고문 (문학과 지성사)

2008년 4월 10일, 대한민국 제 18대 총선이 있었던 다음 날, 김병익 고문과 손동현 교수(성균관대 철학과, 한선재단 이사)가 문학과 지성사에서 만났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만난 김병익 고문(좌)와 손동현 교수(우)) 

손동현:  

귀한 시간을 내어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선생님. 한반도를 선진화시키는 것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60년간 건국화, 산업화를 거쳐 민주화까지는 이루었으나 아직까지는 미흡합니다. 선진문화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할 때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공동체의 앞날을 생각하시는 선생님께 의견을 들어보고자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문화와 예술을 통한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선진국 

김병익:

어제(2008.4.9) 총선 투표가 있었습니다. 저는 올해 만 70세가 되었지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해방 후 학교에 진학하면서 많은 것을 겪었습니다. 저는 가끔씩 1950년대 후반부터 사회생활 시작한 60년대 중반 이 시절을 떠올리면서 현재와 비교를 많이 하게 됩니다. 우리가 50-70년대의 역사를 얼마나 기적적으로 잘 이끌어 왔는지 감사한 마음이 들지요. 우선 비판적인 생각보다는 여태껏 잘 운영되어왔다는 생각 뿐입니다. 선진화라는 단어를 보니 김진현 선생님이(세계평화포럼이사장)가 생각이 납니다. 그분은 선진화의 선(先)을 착할 선(善)으로 쓰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선진화는 미국이나 일본을 목표로 하겠지만 가시적인 시간 안에 가능하리라 보지는 않습니다. 설령 가능하더라도 정신적으로 잘 살지 못하는 상태에서 경제적 성장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류역사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는 언제였는가에 대해 많은 글을 읽었습니다.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가 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좋은 사회라는 것은 그 시절의 분위기. 말과 양식, 상식이 통하고 문화? 예술의 역동성, 낙관적인 미래전망, 과학의 발전이 이루어졌던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본인은 문화계 쪽에서 종사해왔고 현장에서 운동을 한다거나 개혁 외치기보다는 활자만 보면서 지내왔지만 우리 사회가 문학사회가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지지하면서도 섭섭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대통령 취임식은 물론 문화?예술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것이지요. 문화?예술에 대한 청사진을 통해 우리 사회가 성숙한, 그리고 살아볼만한 사회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것에 대한 생각 없이 경제성장만 외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문화, 예술의 발전을 통해 비전을 제시하여 문화선진국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손동현:  

양지의 뒷면에 음지가 있었겠지만 유난히 우리사회의 음지를 응시하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노사갈등, 좌우대립, 전쟁, 최근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그런 쪽에만 관심을 많이 갖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를 보고 일부는 극단적으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합니다.


이념의 대립이 아닌 상호보완이라는 인식이 필요
  

김병익:  

제가 보기에는 소외된 집단 쪽에서 보자면 잃어버린 60년일 것입니다. 사실 산업화 이후 노동자를 발판삼아 성장한 것이 아니었던가요. 노동자들을 희생시키고 억압하면서 30년을 지내왔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주장과 외침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보다는 “보상의 10년”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제 이념의 대립이 아니라 대안적인 이념의 등장이었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한 주류가 중심이 되다가 밀려난 부분이 다시 정권을 차지하게 됩니다. 이념이나 좌파가 문제를 넘어서야 합니다. 현재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유효한 정책으로 쓰다가 그 유효성이 다하면 다른 정책으로 보완한다는 대안의 관계로 서로 보충한다는 인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생각이 다를 뿐이지 서로 적대적인 관계로 설정된 것이 아니면 참 좋겠지요. 저는 이런 면에서는 이상주의자라는 느낌이 듭니다.   

손동현:

선생님께서는 세계화를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세계화와 지역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  

김병익:

이율배반의 문제라고 봅니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도 세계화를 안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세계가 국경이라는 장벽을 뛰어넘고 빠른 속도로 가고 있는데 여기서 고립을 지향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지요. 세계화를 얼마나 지혜롭게 적응시켜나가는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피할 수 없다는 것이 한국이 당면한 현실이지만 세계화는 적극적으로 수용해야합니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미국화에 대한 우려가 아니겠습니까. 미국 자체에 규범의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은 문제가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미국화가 되는 것은 세계화로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세계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경영적인 측면이라든지 그 밖에 여러 기제에 대해 저항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세계적 기준에 부합하기 위한 평가시스템은 조직을 운영해나가기 위해 도입해야함은 시인합니다. 하지만 아날로그 세대라든지 인문학 세대에서 오는 저항감, 그런 부분이 아무래도 없지는 않다고 봅니다. 앞으로 더 소수화 되겠지만 사실 아날로그 세대가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장점은 충분히 많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온전히 유지하면서 세계화를 받아들이느냐가 과제라고 봅니다. 인문주의자들의 장점을 살려가면서 세계화의 기계적인 시스템에 적응하는 방법론을 발견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관계를 서비스화 하는 것은 저도 못마땅하지만 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세계화를 추진하면 그에 역으로 지역화에 대한 욕망이 저절로 생기지 않을까싶기도 합니다. 세계화를 외치면서 한국학이라는 말이 더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관광단지, 지역 박물관 등이 많이 생기고 있지요. 관광이라는 것을 장려함으로서 전에 퇴장했던 것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옛 것, 고유의 것을 다시 살리는 기제가 인간내부에도 있고 사회전체에도 내재해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화를 보상해주는 지역화라는 기제도 잘 만들어 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기제들이 잘 구축되어야 세계화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손동현:

유교적인 사회의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어찌 보시는지요.  

김병익:

60년대 근대화에 있어서 유교의 역사적인 기능을 부정적으로 보았던 적이 있었지만 아시아의 4마리의 용의 하나로 주목되면서 유교의 긍정적인 면이 주목되기 시작했지요. 나라의 흥망에 따라 이데올로기나 전통이 보는 시각이 달라지지만 세계화에 있어서 유교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이데올로기나 전통은 중립이라고 봅니다.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 요소가 다 함께 있는데 나라의 흥망에 따라 부각되는 부분이 달라진다고 봅니다.  

손동현:

그렇다면 한 나라의 흥망성쇠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대한민국 발전요인은 국민들의 근면성과 지식존중

김병익:

1950년 이때의 한국은 가나와 경제수준이 같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성과를 이룬 그 힘이 어디서 나왔는지 본인으로서는 멋지게 설명하지는 못하겠습니다마는 결국은 우리 민족의 근면성 그리고 지식에 대한 존중 때문이라고 봅니다. 한국은 대체로 역사적으로 변화를 좋아하지 는 않았습니다. 과거 외국문명에 문을 열었을 때 침략을 당했고, 일본의 식민지 시대의 아픔, 그리고 해방 후 분단 등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민족이 되었습니다. 보수적인 나라가 더 보수화되었지요. 그러나 60-70년대부터 바뀌었습니다. 도전적으로 변한 것입니다. 변화에 대한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는데 무엇이 그렇게 바꾸게 되었는가를 볼 때 저는 한국전쟁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을 다 흔들었던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체면을 뒤로하고 장사하고 농사지어야 했으며 제로 포인트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설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지주가 몰락하고 머슴신분의 사람이 강인한 생명력을 통해 중산층으로의 진입하는 일 등이 말입니다.



수요자 중심의 문화예술 정책 제고 필요

이명박 대통령 취임 때 쓴 칼럼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실용가치를 우선시 할수록 원리원칙에 대한 가치도 중시해야한다고 말입니다. 70년대는 창작자들의 사정이 좋지 않았고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한 세대가 지나니 창작활동이 많이 늘어나게 되었지요. 지자체마다 문예회관 같은 것도 많이 생겨나고 있으며 시민들, 지방 주민들의 문화적인 욕구를 채워주는데 필수적인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그러한 회관 설립이 지자체장의 표를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문화적인 욕구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제는 창작자보다는 수요자 쪽으로 비중을 돌려야 할 것입니다. 수용자들의 문화적 욕구는 끊임없이 치솟고 있는데 이에 비해서 충족은 잘 이루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넘치는 예술대학 출신들이 여기서 잘 안되니까 해외로 자꾸 나가 있습니다. 일 년에 무용과 출신이 2천명인데 그것이 어떻게 수용하겠습니까. 수입도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공급자 위주가 아닌 수요자 위주의 문화예술 정책의 제고를 권고하고 싶습니다. 

손병익:

선생님이 보시기에 우리 대한민국이 바람직하고 성숙한 문화선진국으로 가려면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하겠는지요.



자유와 자발성을 존중해주는 문화선진국으로 나아가야

김병익:

개인의 자유와 자발성을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른 개인과의 충돌을 조화롭게 만들어가야 하며 교양과 예의가 몸에 배인 성숙한 시민적 자질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는 학교에서 가르칠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문화적 자질함양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경제적인 자신감이라든지 미래에 대한 낙관에서 오는 자신감, 문화나 교육에서 오는 자신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이지만 그 모습이 나오는 데는 문화적인 성숙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봅니다.

손동현:

바쁘신 가운데 좋은 말씀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깊이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정리- 한선재단 윤민경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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