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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필드트립] 만리장성에 가보지 않으면 호한(好漢)이 될 수 없다
 
2014-10-14 10:43:10
만리장성에 가보지 않으면 호한(好漢)이 될 수 없다

최 준(중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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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현 국가의 강대함은 ‘기술력이나 시민의식’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의해 판단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경제력과 강대함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무엇일까. 단순히 기록만으로 그 당시 시민의식과 문화, 기술력 등을 명확하게 알기는 어렵지 않은가. 방법은 있다. 그리고 그 척도는 바로 건축물이다. 웅장하고도 화려한 건축물은 그 당시 국가의 강대함과 비례한다. 강성했던 이집트 문명의 피라미드가 그것을 보여주고, 남미의 마추픽추 역시 그러하다. 마찬가지로 중국에게는 만리장성이 있다. 그 스케일로 따지자면, 이 건축물은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압도적인 스케일을 내뿜고 있다.

만리장성은 2700km 정도로 만 리가 훨씬 넘는다고 한다. 흔히 사람들은 만리장성을 진시황 때 쌓은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그때 지어진 장성은 지금의 만리장성보다 훨씬 북쪽에 위치해 있었고, 현재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만리장성은 명나라 때 축조되었고, 중화인민국공화국이 들어서면서 관광지로써 대대적으로 개조되었다. 때문에 2000년 전, 이곳에 서서 흉노를 경계했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한선유스포럼이 방문한 거용관은 현재의 만리장성 코스에서도 가장 상업적으로 잘 이용한 곳 중 하나라고 한다. 그만큼 훼손이 많이 되어 역사 속 만리장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아쉬움들을 감안하더라도, 만리장성을 처음 접하였을 때 그 놀라움은 막기 어려웠다. 특히나 경사가 만만치 않은 첩첩산중에 어떻게 저리 성을 길게 쌓을 수 있는지, 보면 볼수록 장관이었다. 물론 그 대가는 역사적으로 치렀다고 한다. 함께한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그 옛날, 장성 공사에 인부가 10명 투입되면 8명은 축조 중에 죽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시체를 성벽 아래 묻었는데, 이 때문에 만리장성을 세계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 부른다고 한다. 그래서 저녁 6시 이후로는 그 영혼들이 되살아날까 두려워 개방하지 않는다고 한다.

거용관은 베이징에서 교통이 좋은 곳이라 정말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도로가에는 타지에서 온 관광버스로 이곳저곳을 가득 채웠으며, 그들을 노리는 상인들도 여기저기에 진을 쳐 놓고 있다. 만리장성 내부에도 예외는 아니다. 거용관 성벽의 입구는 만리장성의 느낌이 아니라 시장터의 느낌이었다. 만약 그 입구에서 사진을 찍는다면, 뒤에 보이는 길게 된 성벽 때문에 만리장성을 증명할 수 있을 뿐이지, 가까운 풍경으로는 일반 시장 거리와 다를 게 없어 보였다.

거용관 장벽을 시작하는 입구에서 서서 오른쪽을 보면, 성벽 위의 길이 수많은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벽 위라 당연히 기울기가 있는 평지로 이루어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환상을 깨게 되었다. 사실상 거기부터 등산 코스이다. 계단의 경사가 사람들 편의에 따라 보폭에 맞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오를 수 있는 높이가 아니다. 힘들게 오르다 보니, 5살도 안 된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관광객 가족들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자기 몸의 절반도 넘는 계단을 손으로 짚고 땀방울을 흘리며, 겨우겨우 올라갔다.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해 보였다. 아마 그들은 나중에 장성해서도 이곳을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손발 다 써가면서 계단을 올랐으니 말이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관광객 말고도 관광객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경사가 가팔라질수록 길은 좁아졌다.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오르내리는 사람은 많은데 길은 좁으니 정체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처음 입구에 들어서서 10~15분 정도 올라가는 높이까지는, 정체 때문에 올라가기가 힘들었다. 어찌 보면 재미있는 일이기도 했다. 각기 타지에서 온 이름 모를 사람들과 함께 헉헉거리며 올라가는 것을 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경사가 높아질수록 사람은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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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가 생겨서 일까 가장 높은 고지에 있는 망루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만리장성의 끝을 보지 못하더라도 이번 경사의 가장 높은 곳에서 아래 광경을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김소열 팀장님과 함께 서로를 격려하며, 그곳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갔다. 그럴수록 옆에서 도전하던 사람들은 사라져 갔다. 지쳐서 중도에 내려간 것이다. 그럴수록 무언가 대다수의 사람이 못한 일을 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이 생겼다.

가장 높은 망루에 도착했다. 바람도 시원했다. 경관은 생각했던 것보다 좋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높은 곳에 서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 하나 놀랐던 것은 반대편 방향에는 장벽이 연속해서 이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책에서 찾아본 결과 장벽이 없는 곳은 천연장벽, 즉 워낙 험준한 곳이라 장벽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서라고 한다. 반대편에는 험준한 돌산이 펼쳐져 있었다. 또 하나의 정보, 만리장성은 한 줄로 이어져 만 리가 아니라 뜨문뜨문 이어져 만 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가장 높은 곳을 찍고 다시 내려오는 길은 한산했다. 내려가며 경관을 보고 갈 수 있어서 좋았다. 그곳을 오르고 있는 사람보다 먼저 갔다 왔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감도 느껴졌다. 거용관의 일부를 걸었으니, 이제 만리장성을 가보았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경험의 목록에 하나가 추가된 느낌이다. 어디에 가서 자랑할 수 있는 그런 경험의 목록이랄까. 하나 아쉬웠던 것이 있다면, 좀 더 그곳에 오래 있지 못한 것이다. 주어진 시간이 40분이었으므로, 시간의 힘에 좀 더 몸을 맡기지 못했다. 짧은 시간은 머리로 잠시나마 기억하더라도 몸으로까지 느끼며 기억하기는 어렵다. 머리로 하는 기억으로는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그곳을 잊게 된다. 남는 것은 몸이 기억하는 감각뿐이다. 40분의 시간은 그것을 충족시키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아쉬움이 남는다. 더운 날씨에 그곳에 하루 종일 있기도 힘들었지만, 적어도 세 시간 이상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중국의 격언 중에 ‘만리장성에 가보지 않으면 호한(好漢)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 갔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호한’(의협심이 많은 사람)의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만리장성을 가본다는 것은 중국의 과거 역사의 힘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확연한 길이었으며, 개개인에게 잊지 못할 추억과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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