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연 호프 맞아? “나이트 같아”
“오빠! 와서 잠깐 놀다가” 신촌 거리를 걷던 진윤호(21)씨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대생의 손에 이끌려 D대학교 일일호프에 들렀다. 진 씨가 자리에 앉아 처음으로 받은 질문은 “합석 원하세요?”였다.
H대학교 일일호프에서 나온 이승재(26)씨는 합석을 빨리 빨리 안 시켜준다며 기분 나쁜 티를 냈다. 그는 D대학교 일일호프로 장소를 옮겨 “4대4 합석 빨리 빨리 잘해줄 수 있냐”면서 “안 시켜주면 안 간다”고 말했다.
나이트클럽 운영 방식이 대학생 일일호프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이익을 내기 위해 일일호프에서 내세우는 전략은 합석이다. 나이트클럽 부킹과 같은 방식이다. 테이블 성비가 맞지 않을 땐 야하게 차려입고 서빙을 하던 1·2학년들이 합석에 직접 동원되기도 한다.
25일 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과 이화여대 앞 등 번화가 일대에는 4곳의 대학교 일일호프가 열리고 있었다. 기부금 모금이나 활동비 마련이 목적이지만 이전에 외부 술집을 대여해야 한다. 6시간 빌리는 데만 60~100만원이 소요된다.
“존나(‘매우’의 비속어) 야한거요. 걍(그냥)다벗음요.” A여대 일일호프에서 서빙을 담당한 박모씨(22·여)의 말이다. 그는 “매출을 올리기 위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술 없는 대학교 축제’의 여파로 외부 술집을 빌려 일일호프 형식으로 주점을 진행하는 학과 및 동아리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양상으로 대학생 일일호프가 변모한 것이다.
S대학교 앞 번화가에서 열린 일일호프. 서빙을 담당하던 여학생들이 갑자기 테이블 사이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Y대학교 공대에서 개최한 일일호프에서는 ‘노예팅’이 열렸다. 노예팅은 무대에 선 남학생들의 얼굴과 몸에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김모씨(25)는 “5년 전 이곳에서 일일호프를 열었는데 이렇지 않았다”며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C호프 사장 이승일(43)씨는 “과거에는 일일호프에서 술만 찾았는데, 요즘에는 무대장치에 스피커 상태까지 고려하는 파티식으로 변해가는 추세다”라고 했다.
(배동주 기자, 청년한선기자단 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