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뜻하는 고대 희랍어 ‘칼레파타칼라’는 세 가지 의미를 지닌다. 아름다움은 아름다운 것이다. 아름다움은 어려운 것이다. 아름다움은 고결한 것이다. 소설가 한강 씨는 “고대 희랍인들에게 아름다움과 어려움과 고결함이 아직 분절되지 않은 관념이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추상명사가 지니는 정확한 뜻을 헤아리는 일은 쉽지 않다. 하나의 단어를 각기 다른 시선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사랑해’라는 남녀 사이 고백도 상대방은 ‘그건 사랑이 아니야’라고 말하기 일쑤다.

대한민국에서 ‘세계화’가 논의되기 시작한 지 15년이 지났음에도 해석은 추상명사만큼 다양하다. 이에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책 <창조적 세계화론>을 통해 21세기 한국 세계화와 전략에 대해 이야기한다. 1990년대 초 한국 사회에 세계화 국가 지향을 처음으로 주장한 그는 책에서 새로운 ‘창조적 세계화 전략’을 제시한다.

박 이사장은 “한 시대를 사는 지식인의 역할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으로 서술을 시작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산업화 시대를 거쳤다. 경제 성장은 산업화 시대 최고 가치로 꼽혔다. 중진국 단계를 지나 선진국 진입 앞에서 그가 말하는 지식인의 역할은 지식인 사회에 대한 자조적 성찰이라 볼 수 있다.

학문에 있어 얼마나 잘 설명하는가는 중요하다. 하지만 얼마나 제대로 묻는가는 더욱 중요하다. 박 이사장은 책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논제를 질문의 형태로 간결하게 요약해 준다. 서술하는 문제가 이 방향으로 간다는 논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독자는 애매한 부분 없이 명쾌하게 읽을 수 있다.

책은 “21세기 초(超)세계화의 풍랑을 어떻게 헤쳐갈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북한과의 통일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우리는 세계화라는 거대한 담론 앞에서 북한을 간과해 왔다. 세계를 바라보기 바쁜데 북한을 돌아볼 여력이 어디에 있냐는 식이다. 하지만 그는 한반도 통일과 대한민국 세계화는 따로 논의할 수 없는 단일과제라 말한다. 우리가 통일에 대한 확고한 입장과 적극적 구상을 가지고 나가지 않으면, 이웃 4강들이 한반도의 역사, 특히 김정일 이후의 역사를 직접 쓰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한반도 통일은 더 멀어지고 ‘한반도 전체의 선진화를 위한 세계화 전략’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 말한다.